정부, 24개 비관세 장벽 전면 재검토… 대미협상 카드 활용할듯

최상목 “장관들이 직접 챙겨야”
“트럼프와 통화 조급해선 안돼”

정부가 이르면 4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상호관세 부과를 앞두고 국내 ‘비관세 장벽’으로 꼽히는 소고기 수입 월령 제한, 외국 로펌의 법률 시장 진출 제한, 망 사용료 등 24개 사안에 대해 전면 재검토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이 문제 삼을 가능성이 큰 국내 규제 사안을 사전 점검, 대미 협상 카드로 적절히 활용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19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24개 국내 비관세 장벽 사안에 대해 규제 개선 필요성을 점검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이 비관세 장벽으로 문제 삼을 수 있는 대표적인 사안을 추려 개선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고 했다. 앞서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매년 발간하는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NTE)를 통해 한국의 규제 조치를 지적해왔다.

대표적으로 정부는 30개월 미만 미국 소고기 수입을 제한하고, 법률 시장에서도 외국 로펌의 소유지분을 49%로 제한하는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또 외국 스트리밍 플랫폼 규제, 외국 콘텐츠 제공 업체에 대한 망 사용료 부과 제도 논의도 국내 비관세 장벽으로 지목된다.

정부는 이달 중 비관세 장벽 관련 1차 점검을 마친다는 방침이다. 최상목(사진)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선제적으로 상호관세, 비관세 장벽 조치 관련 개선 과제를 뽑아 미국과 협상에 나서야 한다”며 “2월 중으로 개선과제를 정리해 달라”고 했다. 각 부처 장관들에게도 “규제 개선에 난색을 표하는 경우가 있는 만큼 장관이 직접 챙겨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비관세 요소까지 포함해 상호관세 부과를 공언한 데 따라 추이를 지켜보면서 대미 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최 권한대행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가 성사되지 않고 있는 데 대해 참모진에게 “조급해하지 말라”면서 충분한 대비를 먼저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트럼프의 협상 카드를 모르는 상태에서 통화하는 것보단 철저히 대비하는 게 낫다는 것”이라고 했다.

김규태 기자 kgt9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