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부가세는 78년 된 내국세” … 트럼프에 정면 반박

미국과 관세협상 우위 선점 전략
“미국은 픽업트럭에 25％”도 지적

유럽연합(EU)이 부가가치세(VAT·부가세)를 대미(對美) 관세로 간주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위협에 “부가세는 78년 된 내국세”라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예고한 상호관세의 부당성을 부각해 향후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18일(현지시간)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미국 상호관세에 관한 질의 응답(Q&A)’이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부가세는 미국의 판매세와 유사한 소비세로, 전 세계 170여 개국에서 도입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수입품과 EU 생산품에 동일하게 부과되는 부가세는 세계무역기구(WTO),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3조가 체결된 이후 78년 동안 허용된 내국세이자 비차별적 세금”이라고 강조했다. GATT는 1947년 미국을 비롯한 23개국이 체결한 국제 무역협정으로 GATT 3조는 수입품이 국내에 수입된 이후에는 세제 등에서 불리하게 대우받아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명시하고 있다.

집행위는 EU와 미국 간 평균 수입 관세율과 교역 수지가 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도 부각했다. 집행위는 “EU와 미국의 실제적 상품 교역을 고려하면 양측의 평균 관세율은 약 1％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또 트럼프 행정부가 여러 차례 불만을 표출한 EU의 자동차 관세율에 대해서도 “EU는 자동차에 10％의 최혜국관세(MFN)를 적용 중인 상황에서, 유념해야 할 점은 미국이 자국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최대 시장인 픽업트럭에 25％ 관세를 부과한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실제로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차종도 픽업트럭인 포드의 F-150”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이러한 EU의 주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U 부가세 지침에 따르면 회원국 표준 부가세율은 최소 15％ 이상으로 상한선은 없다. 이에 일부 국가는 표준 부가세율이 27％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집행위가 ‘동일한 소비세’라고 내세운 미국 판매세율의 경우 주(州)마다 차이가 있지만 평균 6.6％다.

한편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무역·경제안보담당 집행위원은 오는 19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후보자, 케빈 해셋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 후보자 등을 만난다.

이종혜 기자 ljh3@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