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보다 돈… 미·러, 종전 협상서 ‘북극 에너지’ 논의

‘유럽 패싱’ 강행하는 트럼프
북극 영향력 확대 의지 관측

워싱턴=민병기 특파원 mingming@munhwa.com

미국과 러시아 간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에서 북극 지역 에너지 프로젝트에 대한 협력 가능성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극에 가까운 덴마크령 그린란드에 대한 소유욕을 숨기지 않는 등 북극 지역 광물 지원 확보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이는 것과 맞물려 미·러 간 논의가 주목된다. 우크라이나와 유럽을 배제한 채 이뤄지는 종전 협상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보다는 돈을 택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18일 트럼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통화 후 열린 첫 고위급 회담에서 양국 간 북극 에너지 공동 프로젝트 협력 가능성이 논의됐다고 보도했다. 국영 러시아 직접투자펀드(RDIF)를 이끌고 있는 키릴 드미트리예프는 고위급 회담 후 폴리티코에 “우리는 북극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했다. 북극에서의 공동 프로젝트 등 논의가 주를 이뤘다”고 말했다. 폴리티코는 광물자원과 전략적 위치를 가진 그린란드를 가져오는 데 군사력이나 경제적 강압을 사용하는 것을 배제하지 않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극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경제 관련 논의가 함께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은 드리트리예프가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 등과 함께 사우디아라비아로 향하면서부터 제기됐다. 드미트리예프는 “러시아와 미국 간의 나쁜 관계가 실제로 미국 기업에 많은 비용을 초래했으며, 생산적인 협력이 러시아와 미국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며 “이번 회담 이후 러시아와 미국 간의 공동 투자 가능성이 커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의 석유 기업 엑손모빌은 러시아 국영 석유 메이저 로스네프트와 제휴해 북극해에서 탄화수소를 탐사했지만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서방의 제재가 가해지면서 2018년 철수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이날 회담을 통해 러시아가 트럼프 대통령의 이익과 천연자원에 대한 관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미국 석유 회사 등이 러시아에서 사업 재개 시 수천억 달러를 벌 수 있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