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달내 푸틴과 회담가능”… EU “러의 함정”

트럼프, 미·러 회담뒤 기자회견
“협상 잘 진행… 종전에 자신감”
젤렌스키엔 “지지율 4%” 폄하

EU, 2차 비공식회의… 加도 초청
루비오, 주요국 통화하며 달래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진행된 미·러 간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관련 고위급 회담에 대해 “매우 잘 진행됐다”며 이달 안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과 러시아 간 종전 협상 시계추가 빠르게 돌아가게 됐지만 협상에서 배제된 우크라이나는 물론, 유럽도 반발의 목소리를 내면서 대서양 동맹의 균열이 갈수록 커지는 모양새다.

18일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사저인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푸틴 대통령과 이달 안에 만날 것인가’라는 질문에 “아마도”라고 답해 미·러 정상회담이 2월 안에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은 앞서 이날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진행된 미·러 고위급 회담 종료 뒤 열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에 대해 “매우 잘 진행됐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에 대해) 더 많은 자신감을 얻었다”며 “러시아는 뭔가를 하고 싶어 한다. 그들은 포악한 야만적인 행동을 멈추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이번 회담에 참석한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4시간여에 걸친 회담 후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고위급 협상팀을 각각 꾸리기로 했으며, 양국 주재 대사관 운영 정상화 등을 위한 양국 간 협의 메커니즘을 만들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을 처음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북한군도 많은 수가 사망했다. 그들은 싸우기 위해 왔지만, 많은 수가 죽임을 당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 국가들의 우크라이나 평화유지군 파병 논의에 대해선 “유럽의 관점에서 보자면 (우크라이나에 유럽의) 군대를 주둔하는 것은 괜찮을 것이다. 나는 전적으로 찬성”이라면서도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군 파병은 거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미·러 회담에 불만을 표시하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겨냥해 “지지율이 4%에 불과하다”고 깎아내리기도 했다.

미·러 간 종전 협상이 가속화할 움직임에 유럽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우리는 (러시아의) 함정에 빠져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지난 17일 우크라이나·유럽 안보에 대한 비공식 회의를 개최했던 프랑스는 오는 19일 2차 회의를 열기로 했다. 1차 때 참석하지 않은 유럽 국가들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인 캐나다도 초청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의 불만 고조에 루비오 장관은 회담 직후 프랑스와 독일, 영국 등 유럽 주요국 외교장관과 전화 통화를 갖고 회담 결과를 설명하며 달래기에 나섰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전쟁을 종식하기 위한 논의는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채 이뤄질 수 없다”며 반발했다. 그는 19일로 예정된 사우디 방문도 다음 달 10일로 연기하며 불만을 드러냈다.

이현욱 기자 dlgus300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