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장 대선 행보의 명암[뉴스와 시각]

김성훈 전국부 차장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시점을 두고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정치적 행보에 치중하는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조기 대통령 선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잠룡들이 본격적으로 몸을 푸는 모습이다.

꾸준히 대선 주자로 거론돼 온 지자체장들은 갈수록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인 오세훈 서울시장은 조기 대선에 대해 말을 아끼면서도, 전국을 ‘5개 강소국’으로 재편하는 분권형 개헌론을 띄우며 존재감을 부각하고 있다. 지난 12일 서울시가 국회에서 개최한 ‘지방분권 개헌 토론회’에는 국민의힘 의원 48명이 몰려들었다. 오 시장은 또 SNS를 통해 정치 현안마다 메시지를 던지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의 움직임은 오 시장보다도 훨씬 활발하다. 홍 시장은 지난해 말에 이미 △조기 대선 △정상 대선 △임기 단축 대선 등 모든 경우를 상정해 준비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페이스북에 정치적 견해를 올리는 일은 오 시장보다도 더 적극적으로 해 왔다. 지난달엔 페이스북에 게재한 글을 모아 책까지 펴냈다. 12일엔 이명박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민주당에서는 이재명 대표의 경선 대항마로 꼽히는 김동연 경기지사가 그야말로 광폭 행보를 하고 있다. 지난 12∼14일 2박 3일 일정으로 민주당의 ‘심장’ 광주를 찾았다. 민주당 지지층을 겨냥해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하고, “새로운 길로 대한민국이 가도록 하는 데 헌신하겠다”며 대권 도전을 시사했다. 국립 5·18 민주묘지 참배, 시민과의 버스 안 간담회, 무등산 ‘노무현길’ 걷기, 지역 경영계 특강 등 대선 운동을 방불케 하는 일정을 소화했다.

당장 대권 경쟁에 뛰어들기보다 내년 지방선거에 재출마할 것으로 관측되던 지자체장 중에도 대선으로 방향을 틀거나, 지역 정치권을 중심으로 출마 전망이 흘러나오는 사례도 늘고 있다. 민주당 소속 김영록 전남지사는 이달 초 국회에서 광주·전남지역 언론인들을 만나 “결심을 사실 굳혔다”며 “(도전도) 안 해보고 후회하는 것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소속 유정복 인천시장도 도전 가능성을 열어둔 인사로 꼽힌다. 유 시장은 12일 대통령실 지역출입기자단 대상 기자회견에서 “나라를 바로 세우는 방안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정치를 하면서 내가 잘되게 하는 입신양명이 아니고 나를 던져 세상을 이롭게 해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7일 “미래 세대를 위해 밀알이 될 수 있는 상황이 되면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정치인인 지자체장들이 대선 채비를 하는 것 자체를 비난할 수는 없다. “장이 섰는데 장돌뱅이가 안 갑니까”라는 홍 시장의 말이 솔직하게 들리는 이유다. 탄핵이 인용된다면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르기에 준비할 시간이 부족한 점도 이해는 된다. 그러나 최근엔 지자체장들의 정책조차 지역 현안보다 전국적 의제를 더 신경 쓰는 느낌을 주는 게 사실이다. 적어도 조기 대선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는 주민들의 민생 챙기기가 1순위여야지, 대선을 의식한 정치활동이 더 눈에 띈다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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