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 심각→직무 가능’ 24일 만에 바뀐 하늘이 살해 교사 소견서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고 김하늘 양을 추모하기 위한 추모객들. 연합뉴스

휴직 및 복직 때 낸 소견서, 같은 의사가 발급
병원 측 "의학적 판단 하에 이뤄진 것"


대전 서구 한 초등학교에서 김하늘(8) 양을 흉기로 살해한 교사 명 모(40대) 씨의 범행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이 명 씨가 휴직·복직을 신청할 때 학교에 제출한 상반된 내용의 진료 소견서의 적절성 여부도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경찰에 따르면 대전경찰청 전담수사팀은 명 씨가 치료받은 진료기록과 관련자 조사, 프로파일링 등을 통해 범행 동기를 살피고 있다. 명 씨는 범행 당일인 지난 10일 수술에 들어가기 전 자신의 범행을 시인하며 2018년부터 우울증 치료를 받아왔다고 진술한 바 있다.

경찰은 이 같은 진술을 토대로 명씨의 정신질환 등이 이번 사건에 영향을 줬는지를 살펴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명씨가 질병 휴직·복직 당시 제출한 의료진 소견서와 관련해 제기되는 문제도 함께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명 씨는 우울증 치료를 위해 질병 휴직(6개월)을 신청할 때 지난해 12월 2일 발급 받은 의사 소견서를 학교에 증빙 자료로 제출했다. 그런데 휴직 후 돌연 조기 복직을 신청한 명 씨는 같은 병원, 동일한 의사로부터 지난해 12월 26일 발급받은 소견서를 첨부했다.

명 씨를 진료해온 대전 모 병원 의사는 휴직 신청 때 제출한 소견서에 ‘심각한 우울감, 무력감에 시달려 최소 6개월 안정적 치료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로부터 24일 뒤 조기 복직 때 제출한 소견서엔 ‘증상이 거의 사라져 직무 수행에 문제가 없다’고 적었다.

학교 측은 진료 소견서로 해당 교사의 휴직·복직 가능 여부를 사실상 판단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런 진료 소견서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상반된 진료 소견서’ 때문에 명 씨가 제대로 치료받지 않은 채 학교에 복직했을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에 병원 측은 공식적으로 "진단서는 의학적인 판단하에 이뤄진 것으로 잘못된 점이 없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수사팀 관계자는 "관련자들 사이에서 휴직을 위한 진단서를 발급했다가 짧은 시간에 정상 근무가 가능하다는 취지의 진단이 가능하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것으로 인지하고 있다"며 "의료기록을 분석한 후 추가로 조사할 필요성을 느끼면 의사도 조사 대상에 포함하는 부분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무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