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 기업이 대응하기엔 촉박”… 관세 전쟁에 산업계 위기감 고조

車업계 “관세 빨라지면 피해 커져”
반도체업계 “정부에 기댈수밖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동차·반도체·의약품 등 우리나라 주요 수출 품목에 대한 관세 조치를 당초 예상보다 더 빠르게 시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국내 산업계의 위기감도 고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다음 한 달 안에 자동차·반도체·의약품·목재 등에 대해 관세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자동차 관세를 오는 4월 2일쯤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는데, 자동차와 반도체 등에 대한 관세가 그보다 더 빨리 발표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관세 폭탄 시계가 예상보다 더 빠르게 돌아가면서 대응책 마련에 착수했던 산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 공장 구축을 완료하고 현지 생산을 늘리려면 어느 정도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한데, 4월보다 더 앞당겨질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불확실성이 더 커진 것”이라며 “실제로 관세를 매기는 시기가 빨라지면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반도체 전문가들은 현재로는 당국의 외교적 노력을 지켜보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업계 관계자는 “개별 기업이 대응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한 것이 사실”이라며 “방미 중인 산업통상자원부 통상담당 차관보 등의 협상력에 기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트럼프 정부의 빨라진 관세 부과 조치가 국내 업계에 긍정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시각이 있어 향후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수입 자동차에 대해 “25%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반도체와 의약품에 대한 관세율과 관련해서는 “25% 이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최근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는 미국이 25%의 자동차 관세를 부과할 경우 연간 대미 수출액이 18.6%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자동차 대미 수출액이 347억 달러(약 50조 원)란 점을 고려하면 수출액 감소 규모는 64억5000만 달러(9조2700억 원)에 달한다. 연구소는 의약품 역시 25%의 관세가 부과될 경우 대미 수출이 7.4%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장병철·김성훈·최지영 기자 jjangbe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