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엔 우리뿐일까?”… 행성사냥꾼의 외계생명 탐사기[북리뷰]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 에일리언 어스
리사 칼테네거 지음│김주희 옮김│쌤앤파커스

‘우주의 빛’ 해독하는 천문학자
지구의 진화·물리적 법칙 바탕
다른 행성도 생명체 존재 주장

‘창백한 푸른점’ 지구 모습처럼
생명체와 대기 간 ‘화학 작용’
행성마다 다른 색의 빛깔 방출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찰나에 사라지는 ‘빛’에 대해 우리는 잘 모른다. 칠흑 같은 어둠을 밝히는, 하여 시적(詩的)으로는 새 시대를 여는 정도의 단상이 전부랄까. 물론 요즘은 ‘과알못’도 태양빛이 지구에 도착하기까지 8분 20초의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 정도는 안다. 하지만 멀리 태양과 그보다 먼 우주 어느 행성에서 방출되는 빛에 그 행성의 환경과 생명체, 그에 따른 상호작용 흔적 등이 남아 있다는 것은 생각도 못 해 봤을 것이다. ‘에일리언 어스’는 우주의 빛을 해독해 외계 행성의 환경과 생명체 흔적을 추적하는 미국의 천문학자 리사 칼테네거의 책으로 “온 우주에 우리뿐인가?”라는 질문에 최신 천문학 연구 결과 등을 토대로 답하고 있다.

지구 아닌 행성에서 생명체를 찾는 일은 그간 SF 영화나 소설, 혹은 장삼이사(張三李四)의 상상력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저자에 따르면 “우주 근처에서 다른 행성 5000여 개를 발견”한 놀라운 탐험의 시대, 즉 과학기술 발달에 힘입어 외계 생명체를 찾아낼 수도 있는 시기를 우리는 살고 있다. 외계 생명체 탐사의 기본은 역시 지구 생명체다. 생김새가 다를 가능성이 크지만, 외계 생명체 역시 “우리에게 익숙한 물리 법칙과 진화 법칙을 바탕으로 탄생해 그들이 사는 행성에 완벽히 적응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끊임없이 탐사 도구를 개선하고 행성과 위성을 일일이 수색하는 까다로운 방법을 동원해 외계 생명체의 흔적을 찾을 것”이라면서 “역사상 가장 흥미진진한 시대가 곧 시작될 것”이라고 공언한다.

우주에서 생명체를 찾기 위한 전제는 최첨단 과학기술뿐만이 아니라 “적절한 질문을 던지며 편견을 넘어서야”만 가능한 일이다. 외계 생명체를 발견했다고 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그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확실한 증거들은 없었다. 저자는 칼 세이건의 “비범한 주장에는 비범한 증거가 필요하다”는 말로, 외계 생명체 발견이 지난한 과제임을 내비친다. 이는 지구를 비롯한 태양계, 더 넓게는 온 우주의 역사가 그만큼 길고 오래되었으며, 그동안 천변만화(千變萬化)했기 때문이다. 역으로 그렇기 때문에 숱한 변화와 진화 속에서 어떤 생명체가 우주 어딘가에 살고 있다고 믿을 수밖에 없기도 하다. 결국 “지구 중심 세계관”에서 탈출할 수 있느냐, 그것이 관건이다.

외계 생명체 탐사에 있어 유용한 도구는 앞선 언급처럼 ‘빛’이다. 이제는 명언 반열에 오른 칼 세이건의 “창백한 푸른 점”이 지구의 트레이드마크인 것처럼, 각각의 행성의 빛은 저마다 다르다. 지구에서 그런 것처럼, 만약 다른 행성에 생명체가 존재한다면 그 자체로 행성 대기는 변할 수밖에 없고, 그렇게 조성된 새로운 환경은 행성이 방출하는 빛에 고스란히 투영된다. 생명체와 행성 대기가 화학적으로 상호작용한 흔적이 곧 빛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자신이 이끄는 연구팀은 물론 미생물학과와 원격탐사학과 등과 협업하면서 여타 행성들의 “빛의 지문, 즉 우주의 초상”을 소상히 밝히려고 애쓰고 있다. 그 협업의 결과는 “태양계 빛 지문 데이터베이스”로 축적되고 있는데, 이는 “멀리 떨어진 천체를 이웃 행성과 비교”할 때 사용된다.

저자는 우주가 머나먼 상상이 아닐진대 지구와 비슷한 환경의 행성을 찾고, “현재로서는 순수한 추측에 불과”하지만, 외계 생명체를 찾는 일도 머지않았다고 강조한다. 흥미롭게도 우주에 관한 연구가 깊어지고 넓어질수록 저자가 주도하는 연구팀은 다시 지구로 관점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지구만큼 완벽한 행성은 없고, 그곳을 터전 삼아 미생물부터 인간까지 진화해왔기 때문이다. 다시 시간이 필요하다. 지구가 “수많은 별 주위를 도는 무수한 행성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는 세계관을 갖기까지 실로 오랜 시간이 걸렸듯, 우주에서 지구와 비슷한 행성을 찾고, 여세를 몰아 외계 생명체를 찾기까지, 그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저자는 역사상 가장 흥미진진한 시대를 기다리면서도 우리의 본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는 우주선지구호의 관리인이므로, 지구 환경을 유지하며 인류 문명을 미래로 연장하는 일은 우리에게 달렸다. 또 다른 지구를 탐사하면 그러한 일을 해내는 데 필요한 단서를 얻을 수 있다.” 368쪽, 1만9000원.

장동석 출판도시문화재단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