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꼬치[한성우 교수의 맛의 말, 말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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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간 숯불 위에서 익어가는 양꼬치를 볼 때마다 울긋불긋 피어나는 꽃을 떠올린다. 전혀 엉뚱한 연상 같지만 ‘꼬치’란 말을 생각해 보면 그렇다. 꼬치는 본래 가늘고 길면서 끝이 뾰족한 쇠나 나무 따위의 물건을 가리킨다. 여기에 네모지게 썬 양고기를 꽂은 것을 양꼬치라 한다. 그러니 꼬치는 ‘꽂다’란 말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렇다면 왜 ‘꼬지’가 아니고 ‘꼬치’일까?

‘꽂다’는 본래 ‘곶다’였다. 마을 주위의 바위 형상이 마치 돌을 경단처럼 꽂아 놓은 것 같대서 붙여진 ‘돌곶이’란 지명이 그것을 증명한다. 돌에 꼬챙이를 꽂아 놓은 것과 같은 형상이니 양꼬치와 마찬가지로 ‘돌꼬치’가 돼야 할 것이다. 첫소리가 된소리로 바뀌는 것은 흔한 일이니 ‘곶다’가 ‘꽂다’로 바뀐 것은 문제가 없다. 그러나 ‘꼬치’는 설명할 방법이 없다. ‘꽂다’의 끝소리가 ‘ㅊ’으로 쓰이는 사례도 없고 여기서 단어가 파생돼 ‘ㅊ’이 될 이유도 없다.

그래서 ‘꼬치’를 보면 문득 ‘꽃’이 떠오른다. 용비어천가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꽃’은 본래 ‘곶’이었다. 이 단어가 단독으로 쓰일 수도 있지만 종류를 구별하기 위해 ‘복숭아, 살구’ 등을 앞에 붙여서 쓰는 일이 많다. 이때 사잇소리 현상이 일어나 ‘곶’이 된소리가 되니 아예 ‘꽂’으로 굳어진 것이다. 오늘날 쓰이는 ‘끼’나 ‘꾼’도 마찬가지다.

첫소리가 된소리로 바뀌었더라도 끝소리는 여전히 ‘ㅈ’일 텐데 어느 순간 이것이 거센소리인 ‘ㅊ’으로 바뀌어 오늘날의 ‘꽃’이 됐다. 무슨 이유일까? 된소리로 바뀐 첫소리를 따라 끝소리도 좀 더 거센소리로 추정할 수 있을 뿐이다. ‘곶’과 형태가 같은 ‘곶다’의 끝소리 변화 역시 같으니 꽃을 떠올리게 된다. 된소리나 거센소리를 꺼리는 이가 많다. 그러나 세상에서 가장 예쁜 꽃이 그리 변했으니 마냥 꺼릴 일은 아니다. 꽃처럼 붉게 꼬치에 꽂혀 있던 양고기가 다 익었다. 이만 생각을 접고 맛있게 먹을 차례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