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핵연료 재처리 추진을” … 외교안보서도 우클릭?

핵무기 잠재력 확보 주장
보수 안보의제 선점 의도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해 유사시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하는 ‘핵 잠재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더불어민주당에서 나오고 있다. 조기 대통령선거 가능성이 커지면서 외연 확장을 위해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우클릭’을 통해 보수 의제를 선점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국회 정보위원회 야당 간사인 박선원 민주당 의원은 21일 통화에서 “일본처럼 연료용 우라늄 농축과 핵연료 재처리가 가능하도록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며 “대선 후보가 확정되면 당 정책위원회와 대선 공약 포함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핵 물질을 생산할 수 있는 우라늄 농축과 플루토늄 재처리가 가능해지면 당장 핵무기를 생산하지 않더라도 유사시에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핵 잠재력’을 확보하게 된다. 한국은 지난 2015년 개정된 한·미 원자력협정에 따라 미국의 동의를 얻어야만 20% 미만의 우라늄을 농축할 수 있다. 핵연료 재처리는 금지돼 있다.

민주당은 전날(20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한반도평화포럼’ 토론회에서도 핵 잠재력 확보 방안을 논의했다.

20대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서 외교·안보 공약을 설계한 김정섭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토론회 발제자로 나서 “독자 핵무장이나 전술핵 재배치는 부작용과 비현실성을 고려하면 바람직하지 않다”며 “산업적 필요성과 안보적 당위성이 분명한 핵 잠재력을 확보하는 옵션에 대한 심층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노무현 정부 때 통일부 장관을 지낸 이종석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도 이 같은 의견에 동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이 핵 잠재력 확보를 추진하는 배경에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 비핵화’보다 ‘북핵 위협 감소’에 대북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는 상황에서 비핵화라는 이상론만 고집하기는 힘들다는 인식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당이 그동안 견지해온 ‘한반도 비핵화’ 기조를 전면 수정해야 하는 만큼 당내 반발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견제와 반대를 극복하는 것도 과제다. 박 의원은 “한·미 동맹을 굳건히 지킨다는 대원칙 아래 미국을 설득하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