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탄” 주장 대학생들 SNS서 ‘조리돌림’

‘시국선언’ 학생들 향해 비난글
“돈 받고 하는거냐” “보수꼴통”
실명·사진 공개하고 외모비하

피해 학생 “인권조차 존중 안돼”

고려대 등 ‘반탄시국선언’ 확산

대학가 ‘탄핵반대 시국선언’이 확산되는 가운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에 참여한 학생들의 실명과 사진을 공개하며 비난하는 ‘조리돌림’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엑스(옛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에는 탄핵 반대 시국선언에 참여한 학생들의 실명, 얼굴 사진과 함께 이들을 ‘보수 꼴통’ ‘쓰레기’ 등으로 비난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 올라온 관련 글에는 “내란 지지를 표현의 자유인 줄 아는 ×들은 조리돌림 당해야지” “돈 받고 하는 거냐” 등 악성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이들의 외모를 평가하며 비난하는 댓글도 여럿 달렸다.

최근 탄핵반대 시국선언에 참여했던 대학생 A(26) 씨는 “이름과 학과, 얼굴 등이 SNS에 공개된 이후 쏟아지는 욕설과 비방에 스트레스가 심해 잠을 못 자고 있다”며 “정치적 입장이 다를 뿐인데 상대를 악마화하고, 기본적 인권조차 존중하지 않는 조리돌림이야말로 비민주적”이라고 말했다. 대학가 첫 탄핵반대 시국선언을 한 연세대 재학생 권모(27) 씨 역시 “발언에 힘을 더하기 위해 실명을 공개했는데 탄핵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극우’ 프레임이 씌워지고 탄압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신원을 밝히지 않은 이들로부터 수위 높은 욕설이 담긴 메시지를 받고 있다고 한다.

탄핵반대 측에 대한 온라인상 ‘좌표 찍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2·3 비상계엄 이후 SNS에는 진위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탄핵 반대 성명 교수 명단’이 확산되기도 했다. 대학가 탄핵반대 시국선언을 이끌고 있는 대학생 단체 자유수호대학연대 관계자는 “온라인상에서 이뤄지고 있는 명예훼손·인신공격에 대한 증거를 모으고 있다. 법적 대응할 것”이라며 “탄핵반대 시국선언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수호대학연대에 따르면 이날 오후 고려대에서도 탄핵반대 시국선언이 열린다. 오는 24일에는 부산대, 27일에는 영남대, 28일에는 한동대에서 시국선언이 열릴 예정이다. 건국대, 인하대, 이화여대, 동덕여대, 총신대, 한양대, 서강대, 중앙대 등에서도 일부 재학생들이 시국선언을 준비 중이다. ‘3·1절’에는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 공원에서 5000명 규모로 탄핵반대 대학생 총궐기 대회가 열린다. 고려대 탄핵반대 시국선언 대표자인 유찬종(21) 씨는 “탄핵 찬성 측에서 맞불집회를 예고하고, 온라인상에서도 비난이 쏟아지고 있지만 얼굴, 실명을 모두 공개하고 입장을 밝히기로 했다”고 말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자신과 의견이 다르면 인터넷상에 ‘박제’해 두고 조리돌림하는 문화가 당연시되고 있다”며 “자유로운 논의가 제한되고 정치 양극화는 더 심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재희 기자 jaehee618@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