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비꼰 ‘무책임한 세대론’…도 넘은 野강연[현장에서]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고등학교 3학년생보다 역사 지식이 훨씬 뛰어나다.”

역사 강사 황현필 역사바로잡기연구소장은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 5당(조국혁신당·진보당·사회민주당·기본소득당) 의원으로 구성된 ‘윤석열 탄핵 국회의원 연대’(윤탄연)가 25일 국회에서 개최한 ‘현대 정치사 속 계엄과 민주주의’ 강연에서 이같이 말했다. 20대 보수화 원인을 역사 교육의 부재로 꼽은 것으로, 20대가 초등학생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역사 지식을 갖고 있어 보수화됐다고 비꼰 셈이다.

하지만 황 소장의 발언은 특정 세대를 일괄적으로 비판하는 ‘무책임한 세대론’의 전형이자, 역사 강사인 본인 얼굴에도 침을 뱉는 격이다. 지금의 20대에는 황 소장이 2000년 고교 역사 교사를 거쳐 2010년대부터 학원가에서 가르쳤던 수많은 제자도 포함돼 있지 않나. 본인의 역사 교육이 부족했다는 고백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사람의 개체 수만큼 각자 다양한 역사관을 지닐 수 있다는 인식 자체를 부정하는 듯한 발언을 하는 건 무책임하다.

황 소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1964년 6·3항쟁에 참여한 이후 현대건설에 입사한 것을 두고 “이명박은 시위하다 잡혔는데 군대로 안 가고 현대로 간다”며 “실제 ‘이명박 프락치설’이 있다”고 했다. 한일회담에 반대했던 이 전 대통령이 수사 당국의 프락치 역할이었다는 음모론을 거론한 것이다. 실증적 근거 없이 전직 대통령을 깎아내리려는 목적으로 음모론을 국회에서 공공연하게 밝히는 모습이야말로 황 소장이 말한 역사 교육의 부재가 아닐까.

강연을 지켜본 의원 20여 명 중 황 소장의 발언에 문제를 제기한 사람은 단 1명도 없었다. 이런 와중에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깨어 있는 청년의 조직된 힘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외친다. 하지만 음모론을 설파하는 인사를 국회에 초청해 20대 비난 발언을 용인하면서 민주당이 2030세대 표심을 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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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