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톱더스틸’vs‘진보를 위한 역사’… 베스트셀러 전쟁으로 확산된 탄핵찬반

■ 문화전쟁으로 번지는 탄핵정국

양쪽 진영 책 2종 놓고 힘겨루기
한주만에 베스트셀러 1위 바뀌어
도서관에선 ‘도서 비치’ 항의글

계엄 상황 그린 영화 ‘힘내라…’
반탄파들 상영관 늘려달라 민원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가 3월 중순으로 전망되면서 탄핵 정국이 막바지로 치닫는 가운데 탄핵 찬성과 반대 세력 간 대결이 광장뿐 아니라 서점가와 극장까지 번지는 등 ‘문화전쟁’으로 확산하는 형국이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도태우 변호사 등이 21대 총선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한 도서 ‘스톱더스틸(stop the steal·도둑질을 멈춰라)’에 대한 구매 운동을 두 달째 벌이고 있다. 반면 탄핵 찬성 측은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의 ‘대항마’로 떠오른 한국사 강사 황현필 씨의 신간 ‘진보를 위한 역사’ 구매를 독려하고 있다. 이달 7일 출간된 이 책은 식민지근대화론 등을 지지하는 뉴라이트 역사관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탄핵 찬반 양측이 두 책을 놓고 힘겨루기한 결과 이들은 주요 서점 ‘베스트셀러 1위’를 번갈아가며 차지하고 있다. 26일 서점가에 따르면 교보문고 2월 둘째 주 베스트셀러 집계에서 스톱더스틸은 전주 대비 51계단 상승해 종합 1위에 올랐다. 그러나 2월 셋째 주 집계에서는 진보를 위한 역사가 종합 1위에 올랐고, 스톱더스틸은 5계단 하락한 6위를 차지했다.

‘도서 전쟁’은 서점가뿐 아니라 도서관까지 확산됐다. 오픈채팅방 등 SNS에는 “도서관 홈페이지에서 쉽게 (서가 비치) 신청이 가능하니 거주 지역 도서관에 한 번씩 신청해보자”는 글이 올라왔다. 지지자들은 이에 호응해 스톱더스틸 도서관 비치 요청 장면을 캡처해 올리는 ‘인증 릴레이’를 벌이고 있다. 반면 이 책이 비치되지 않은 도서관에는 항의 민원을 올리고 있다. 서울 지역 한 구립도서관 홈페이지에는 “왜 스톱더스틸을 비치하지 않냐” “정치질 하는 도서관은 반성하라” 등 수십 개의 항의성 글이 게시됐다.

‘문화전쟁’은 극장가로도 확산됐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오는 27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힘내라 대한민국’ 상영관 확대 운동도 벌이고 있다. 이 다큐멘터리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언과 이후 상황을 그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운동은 이달 17일 윤 대통령 지지자로 알려진 배우 최준용 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멀티플렉스 극장에 전화해 ‘힘내라 대한민국’ 상영을 요청하자”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지지자들은 상영이 확정된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의 정보를 공유하며 “미상영 극장 고객센터에 민원을 넣어 상영을 요청하자”고 독려하고 있다. 해당 영화를 예매했다는 인증샷도 SNS 등에서 잇달아 이어지고 있다. 이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금기백 감독은 지난해 10월 독도의 역사적 배경을 다룬 ‘불꽃’을 연출한 바 있다. 금 감독은 제작 이유에 대해 “영화 개봉이 안정적으로 이뤄지면 설명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노지운 기자 erased@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