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방 3월 방한…더 시급해진 총리·국방장관 공백 해소[사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글로벌 정세가 ‘빛의 속도’로 급변 중이다. 특히 3월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협상, 자동차·반도체 관세 폭탄 등이 겹치면서 한국에 더없이 엄중한 시기다. 그런데 대통령과 국무총리는 탄핵심판을 받고 있고, 안보와 안전을 책임진 국방·행정안전부 장관은 공석이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와 김선호 국방장관 대행은 연일 국회에 불려간다.

이런 상황에서, 3월 중하순으로 예상되는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의 방한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헤그세스 장관은 해군 함정을 건조하는 국내 조선소를 방문해 미 함정의 보수·수리·정비(MRO) 분야 협력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지난 12일 나토(NATO)를 방문한 헤그세스 장관은 “미국은 태평양에서 중국과의 전쟁을 억제하는 것을 우선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헤그세스 장관은 앞서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으로 지칭했다. 미국과 북한의 직접 대화 시기도 앞당겨질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한국은 카운트파트도 없다. 게다가 국방장관 업무를 대행 중인 김 차관은 이번 달만 해도 하루를 제외하고 매일 국회에 출석했다.

리더십 공백의 부작용은 이미 치명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4월 2일 자동차·반도체·제약 등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3월 한 달이 미국을 설득할 골든타임이다. 오죽하면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9%에서 1.5%로 한꺼번에 0.4%p나 낮췄을까.

얼마 전 민간 경제 협상단을 이끌고 미국을 방문한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우여곡절 끝에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을 겨우 만났다. ‘2차 대행’인 최 부총리는 아직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도 못 했고,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을 잠시 만난 것 외엔 고위급 접촉이 없다. 1인 3역을 해야 하는 최 대행으로선 역부족이다. 통상 분야 전문가이기도 한 한덕수 총리의 업무 배제가 뼈아프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19일 한 총리에 대한 탄핵 변론을 90분 만에 끝냈다. 의결정족수 문제 등 하루빨리 한 총리에 대한 결정을 내놔야 한다. 국방장관 임명 역시 화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