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겨운 이별도, 우주에선 ‘영원’으로 이어질거야[어린이 책]

■ 어린이 책

우주의 속삭임
하신하 글│안경미 그림│문학동네

이 책에 실린 5편의 과학소설(SF)은 여느 어린이 SF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5편의 작품은 모두 섬세하고 아늑하게 우주로 열려 있는 한 장면을 펼친다. ‘반짝이는 별 먼지’는 우주를 바라보며 살던 할머니가 우주의 먼지로 돌아가는 마지막 순간을 외계인이 우주와의 송신탑을 만들고 떠나는 상상과 연결시킨다. 송신탑은 지구에서 우주로 가는 착륙지이자 우주 공항이므로 홀로 남은 어린 손녀는 우주적 차원에서 할머니와 연결될 수 있다. 지구에서 끝난 듯 보이는 인간의 삶과 죽음이 우주에서 영원하리라는 사실은 가슴 시리게 슬프면서도 위안이 된다.

‘타보타의 아이들’은 인간형 인공지능 로봇인 티티가 인간이 떠난 탐사기지 온실에서 새로운 생명인 이끼를 발견하고, 키우는 이야기다. 티티가 애써 이끼를 키우는 모습을 읽다 보면 유명한 SF 영화인 ‘마션’에서 홀로 남은 우주인이 식량을 마련하기 위해 감자를 재배하는 장면이 떠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티티와 이끼의 관계는 ‘생명이 살아가는 방식’을 넘어 ‘서로 사랑을 나누는 방법’을 말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인간을 넘어 비인간 존재로까지 우리의 마음과 인식을 확장하는 감각을 열어준다.

구형 휴머노이드 어린이 로봇이 폐기되는 장면을 담은 ‘달로 가는 길’, 태양 폭발로 다른 항성을 찾아 떠난 어린이가 동면에 든 엄마를 바라보며 엄마보다 더 나이가 들어가는 시간을 그린 ‘지나 3.0’, 학교폭력 피해자 어린이를 지켜주는 외계 생물체를 말하는 ‘들어오지 마시오’ 또한 비인간을 비롯한 여러 존재가 아스라한 슬픔 속에서도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장면을 보여준다. 160쪽, 1만2500원.

김유진 아동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