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신입생도 수업 거부 조짐, 힘들어도 원칙 대응해야[사설]

의대 신입생들이 수업 거부에 동참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의과대학 수강 신청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기준 전국 의대 40곳 중 학생이 1명도 신청하지 않은 의대가 10곳에 달했다. 이럴 가능성이 제기됐음에도 선제 대응하지 못하고 교육부·보건복지부 엇박자까지 냈던 정부 책임도 크지만, 증원 정책을 알고도 지원·입학한 신입생들의 이런 행태는 국민을 더욱 착잡하게 만든다.

학교별로 향후 추가신청을 할 수 있기에 상황은 유동적이지만, 선배들의 ‘협박’이 영향을 끼쳤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등을 통해 동맹휴학을 강요해왔다. 입학부터 전공의 수련까지 10년을 같이 보내는 집단 특성상 심각한 위협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증원 정책의 수혜자인 올 신입생들이 증원에 반대하는 것은 부도덕한 ‘사다리 걷어차기’로 비친다. 의사로서의 직업윤리보다 집단 이기주의를 먼저 배워 특권 의식부터 행사하는 격이다. 자신들의 입학에는 의료개혁을 지지하며 1년 넘게 고통과 불편을 감수한 환자와 국민이 있다는 사실도 되새겨야 할 것이다.

행동에는 책임이 따른다. 서울대·건양대를 제외한 모든 의대는 1학년 1학기 휴학이 허용되지 않는다. 상당수 학교는 3학기 연속 휴학이 금지돼 있다. 원칙에 따라 예외 없이 유급과 제적 학칙이 적용돼야 한다. 동맹휴학 강요도 엄정히 처벌해야 한다. 교육부는, 동맹휴업은 휴학 요건이 안 된다고 했다가 반발에 부닥치자 새 학기 복학을 전제로 휴학을 허용하고, 다시 대학 자율에 맡기는 식으로 양보를 거듭했다. 국회는 ‘의료인력 수급 추계위원회 설치법’을 서둘러 통과시키고, 정부와 의료계는 신속히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느닷없는 2000명’ 증원 발표 등 정부 잘못도 있지만, 많은 보완책이 마련됐다. 힘들어도 의대 증원 등 의료개혁이 좌초해선 결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