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세전쟁 개시, 韓 수출 급감… 통상 리더십 복원 급하다[사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전쟁이 4일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부터 캐나다·멕시코에서 수입하는 물품에 25% 관세를 매기고, 중국에는 10% 추가 관세를 또 부과한다고 밝혔다. 이 3개국은 미 수입품의 45%(3조 달러)를 차지한다. 대상 국가들도 공식 대응에 나서면서, 자유무역협정(FTA)이나 동맹국을 가리지 않는 전면전으로 확전하는 양상이다. 모든 국가에 무차별로 적용되는 상호관세도 예정대로 4월 2일 강행한다고 재확인했다. 3일 나스닥지수는 2.64% 급락했고, 특히 엔비디아는 8.69%나 떨어졌다. ‘전략비축’ 소식에 폭등했던 비트코인도 하루 만에 8% 넘게 폭락했다.

한국 경제의 빨간불도 짙어졌다. 1∼2월 수출은 전년 대비 4.7% 줄었다. 대중 반도체 수출이 줄고 자동차가 통상 압박에 대비해 현지 생산을 늘린 게 원인이다. 특히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물량 공세가 거센 DDR4 8Gb와 낸드 128Gb 등 범용 메모리 가격이 전년 대비 각각 25%, 53.1%나 급락했다. 1월 전산업생산지수는 전월 대비 2.7% 하락했는데, 코로나 위기였던 2020년 2월 이후 가장 큰 폭이다. 소매판매도 0.6% 감소했고, 설비투자는 14.2%나 줄었다. 수출 악화에 더해 실물경제 3대 지표가 모두 위축되는 ‘쿼드러플 감소’ 수렁에 빠졌다.

주요국들은 각자도생에 안간힘이다. 관세 피해를 줄이기 위해 최고 지도자들이 직접 트럼프 대통령과 담판을 벌이는 등 치열한 각개전투 중이다. 한국만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탄핵심판 중이어서 리더십 공백 상태다. 민간 통상사절단이 미 상무장관에게 “10억 달러씩 갖고 오라”며 홀대당하는 현실만 봐도 더 이상 손 놓고 있을 수 없다. 국내외에서 인정받는 통상 전문가이기도 한 한덕수 총리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 선고가 임박했다고 한다. 이미 터무니없이 지연됐지만, 이제라도 올바른 판단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