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없는 안보’ 대비… EU, 1229조원 동원 ‘재무장 계획’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중단 명령 등 동맹·우방에 대한 안보 약화 움직임에 유럽연합(EU)이 회원국의 방위비 증액을 위해 최소 8000억 유로(약 1229조 원)에 달하는 자금 동원 계획을 내놨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일명 ‘유럽 재무장 계획’(REARM Europe Plan)을 27개 회원국 정상에게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번 계획에는 국방부문에 대한 공공자금을 회원국 차원에서 동원할 수 있도록 EU 재정준칙 적용을 유예하는 ‘국가별 예외조항’을 발동하는 안건이 담겼다. 현행 재정준칙은 회원국의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3%, 국가부채는 60%를 넘지 않아야 한다. 이를 국방 부문에 한해서만 면제하자는 것이 EU집행위의 제안이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예외 조항에 대해 “회원국이 국방비를 GDP 대비 1.5%씩 인상하면 4년간 6500억 유로의 국방비를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집행위는 EU 예산 여유분 1500억 유로를 담보로 회원국들에 방공체계·미사일·드론 등 각종 무기 공동조달을 위한 저금리 대출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공동예산을 담보로 하는 만큼 EU는 ‘유럽산 우선’을 명시할 전망이다.

이번 계획은 오는 6월 열리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서 회원국의 국방비 지출 목표치가 GDP 대비 3% 이상(현행 2%)으로 상향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분석된다.

이종혜 기자 ljh3@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