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압박에 TSMC 깜짝 투자…내우외환 커진 K-반도체[사설]

세계 1위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가 결국 미국 투자 확대에 나섰다. 4년간 1000억 달러(약 146조 원)를 추가 투자해 파운드리 공장·최첨단 패키징 공장 등을 짓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엄포와 대만의 국가 리스크를 고려한 결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 웨이저자 TSMC 회장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TSMC의 미국 투자가 모두 1650억 달러가 된다”면서 “가장 강력한 AI 반도체가 미국에서 만들어지고 그 가운데 상당 부분을 TSMC가 만들 것”이라고 했다. 웨이 회장을 향해 “이 방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다. 정말 전설이다. 함께할 수 있어 영광”이라고 치켜세웠다.

대만으로선 고육책이다. 트럼프 정부는 반도체 관세를 무기로 노골적으로 투자 확대를 압박해왔다. 심지어 미국 철수까지 거론됐던 상황이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 장관이 “보조금이 아니라 관세정책 덕”이라고 평가한 그대로다. 대만은 앞으로도 인텔의 사업 인수 같은 추가 요구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지만 대만 역시 밑지는 거래가 아니다. TSMC는 미 정부의 비호 아래 빅테크들의 첨단 반도체 수주를 싹쓸이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한국은 초비상이다. 트럼프 정부의 요구에 맞춰 일본은 1조 달러, 대만은 1000억 달러를 투자한다. 다음 타깃은 K-반도체일 것이다. 그러나 리더십 공백으로 정부 간 채널이 끊긴 상태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각각 300조 원과 120조 원을 투자해야 해 추가 투자 여력이 없다. 미국 내 수주 절벽도 걱정해야 할 판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은 더 세질 것이다. 주 52시간 예외 등의 규제개혁은 멀고, 야당 눈치까지 봐야 한다. 내우외환을 덜어주긴커녕 불 지르는 정치가 더 개탄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