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에 물린 여성 인류학자, 다시 그곳 찾은 이유[북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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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수를 믿다
나스타샤 마르탱 지음│한국화 옮김│비채

프랑스의 인류학자 나스타샤 마르탱이 시베리아 캄차카반도의 화산 지대를 탐험하던 중 곰에게 습격당해 겨우 살아남은 이후의 이야기를 담았다. 곰의 공격을 받은 저자는 광대뼈와 턱, 얼굴 전체가 찢기고 오른쪽 다리까지 물렸다. 생사의 기로에서 등반용 얼음도끼를 휘둘러 간신히 곰을 쫓아냈다. 이후 함께 생활하던 에벤인(시베리아에 사는 민족)에게 극적으로 발견돼 러시아와 프랑스의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았다.

가까스로 목숨은 건졌지만 얼굴에 상처를 얻었다. 심리치료사는 인간의 정체성인 얼굴이 크게 훼손됐으니 마르탱이 정신적 고통을 느낄 것이라고 확신한다. 마르탱은 주변의 시선에, 내면 속 곰의 존재를 느끼며 고통스러워한다. 하지만 피해자가 아닌 인류학자로 다시 살아가기 위해 캄차카반도로 돌아간다.

곰에게 입은 상처와 끔찍했던 경험은 그녀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다친 자신을 보러 온 캄차카반도의 주민들과 가족들을 바라보며 “인간인 그들과 저 위, 고도의 툰드라에 존재하는 곰의 세계 사이를 잇는, 이상야릇한 가교가 된다”는 느낌을 받는다. ‘마추카’(암곰)라는 에벤 이름을 가진 마르탱은 ‘미에드카’(에벤어로 곰과의 조우에서 살아남은 사람을 지칭함)로 거듭난다.

마침내 그녀는 깨닫는다. 그날의 사건은 곰 한 마리와 한 여자가 만나 세상의 경계가 무너진 것이라고. 그건 현실과 신화의 만남이고, 과거와 현재의 만남이며, 꿈과 실재의 만남이었다고. 188쪽, 1만6800원.

김유진 기자 yujink021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