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 ‘대명률’ 절도범 장물이었다… 사상 첫 지정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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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물업자에 1500만원 주고 구매
물려받은 유물이라 속이고 신청
국가유산청 “지정때 중대 하자”

보물로 지정된 고서 ‘대명률(大明律·사진)’이 도난당한 장물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져 목록에서 제외된다. 국보, 보물과 같은 국가지정유산을 취소하는 최초의 사례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문화유산위원회 산하 동산문화유산 분과는 최근 회의를 열어 보물 대명률의 행정처분(지정)을 취소하기 위한 계획을 논의해 가결했다. 지난 2016년 보물로 지정된 지 9년 만이다.

1389년 간행된 것으로 추정되는 대명률은 중국 명나라의 형률(刑律·범죄와 형벌에 관한 법률 체계) 서적으로, 조선시대 형법의 근간이 된다. 국내외에 전해진 사례가 없는 희귀, 유일본이다. 국가유산청도 지정 당시 “조선시대의 법률은 물론 조선 전기의 서지학 연구를 위한 소중한 자료”라고 평가한 바 있다.

그러나 대명률의 보물 지정은 4개월 만에 논란의 대상이 됐다. 2016년 경찰이 전국 사찰과 사적, 고택 등에서 문화유산을 훔친 도굴꾼과 절도범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장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당시 수사 결과에 따르면 경북 지역 사립 박물관장이던 A 씨는 2012년 장물 취급 업자로부터 1500만 원에 대명률을 구매한 뒤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은 유물’이라고 속여 보물 지정을 신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A 씨는 문화재보호법(현 ‘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3년의 실형이 확정됐다. 결국 국가유산청은 보물 지정 당시 중대한 하자가 있었다고 판단, 행정기본법을 근거로 취소 처분에 나선 것이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국보나 보물급 문화유산 지정 취소 결정은 처음이다”고 말했다.

장상민 기자 joseph03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