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 연인이 남에게 계속 물으면서 스스로 결정을 못하는데[마음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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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상담소

▶▶ 독자 고민

제 연인은 남을 배려하고 타인과 소통도 잘하는 편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좋은 사람이지만 실제로는 아주 조그만 것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해서 끊임없이 남에게 물어봅니다. 연인인 저에게 가장 많이 물어보기에 저는 지치기도 합니다. 이렇게 작은 것도 남에게 꼭 묻고, 결정을 어려워하는 경우는 어떤 현상이고 어떻게 도움을 주어야 할까요?

A : 작은 일 결정하는 것부터 도우면서 불안감 줄여주세요

▶▶ 솔루션

스스로 결정을 못 하는 경우에 우리는 흔히 결정장애라고 부르지만 실제로 이 같은 진단명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울증의 경우 무엇을 선택해도 나쁜 결과가 예측이 되고 집중력도 떨어지기 때문에 매사 결정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우울증처럼 어떤 시기에 삽화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몇 년간 지속된다면 의존성 성격 장애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강박증의 경우에도 불안이 심하기에 그 불안한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서 타인을 이용해 확인하는 대리강박 행동을 보이기도 합니다. 사실 원하는 결정은 다 정해져 있지만 타인에게 질문함으로써 자신의 불안을 줄이는 것이지요. 병적인 우유부단함에 대해 ‘아불로마니아(aboulomania)’라고 부르는데, 상황에 대한 과도한 분석 때문에 병적인 불안에 시달리면서 결정하는 데 너무나 오랜 시간을 소모합니다. 결정을 못 하는 것에는 이렇게 다양한 이유가 있습니다.

결정에 대한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있어서 그 이유에 따른 해결 방식은 다양합니다. 결정을 못 하는 자신의 상황에 대해 편안함을 느끼고 더욱 타인에게 의존을 기대하는지 아니면 굉장히 불편함을 느끼고 달라지기를 원하는지에 따라 대처는 다릅니다. 다행히 다른 사람들에게는 거의 질문을 하지 않고 연인에게만 그런다는 것은 지금과 같은 반복적인 질문이 문제가 있는 행동이라고 인지한다는 것이니 다행입니다.

큰 결정부터 하려면 당연히 두려울 것입니다. 작은 결정부터 해 본 후 그것이 최악의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다는 점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 옆에서 도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우리 오늘 저녁에 무엇을 먹을래” 식으로 묻는 것을 개방형 질문이라고 하며 일반적인 대화에서는 더 좋은 방법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질문하면 결정하기 어렵기에 폐쇄형 질문으로 제한적인 의사결정을 해 보게 하는 것도 좋습니다. “저녁에 김치찌개 또는 돈가스 중에 무엇을 먹을 것이냐” 방식으로 질문하면, 시험을 칠 때도 주관식보다는 객관식이 쉽듯이 조금 더 쉽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 너무 어렵고 무거운 상황에서 시작하면 부담을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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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단순한 선택부터 스스로 하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사람마다 쉬운 결정과 어려워하는 결정의 기준은 다르기에 만약 내가 제시한 선택상황이 어렵다면 조금 더 쉬운 것으로 바꿔 볼 수도 있습니다. 결정했을 때 닥치는 결과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삶을 스스로 일궈가는 것에 대해 자신 없는 모습을 정신건강의학과나 심리상담 등을 통해 치료할 수 있다면 훨씬 좋을 것입니다.

하주원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홍보이사·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