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물려받은 ‘N분의 1’ 만큼만 낸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 정부, 유산취득세 도입 시동

전체재산 기준 매기던 상속세
상속인별로 쪼개 각각 稅부과
면세기준 10억→20억원 상향
자산가·다자녀 가정 감세효과

정부가 12일 내놓은 ‘유산취득세 도입 방안’의 핵심은 과세 대상 재산을 상속인별로 쪼개고, 이같이 분할된 재산에 각각 공제·세율을 적용해 세금을 물리자는 것이다. 현재 상속세는 부과 대상 재산이 많을수록 세율이 10%에서 50%까지 높아지는 누진 구조다. 유산취득세를 적용할 경우 과세 대상 재산이 잘게 나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이 전체 상속 재산에 과세하고 이를 상속인들이 나눠 부담하는 유산세 방식에 비해 세금이 큰 폭으로 줄어들게 된다. 자녀공제와 배우자공제를 사실상 5억 원, 10억 원으로 각각 상향한 것도 상속세를 줄이는 요인이다.

이날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안은 2022년 7월 세제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유산취득세 도입 추진 방침을 밝힌 지 2년 8개월 만에 나왔다. 75년 만의 개편안은 사망자의 가족들이 ‘N분의 1’로 세금을 부담하는 구조를 뼈대로 한다. 받은 만큼 세금을 부담해 과세형평을 높이고 공제 실효성을 개선한다는 것이 정부의 구상이다. 기존에 추진했던 자녀공제 10배 확대 방안도 사실상 흡수해 다자녀 가정을 중심으로 중산층부터 100억 원대 자산가가 누릴 감세효과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서 상속세를 매기는 24개국 가운데 우리나라처럼 유산세 방식인 나라는 미국, 영국, 덴마크 등 4개국에 불과하다.

상속재산 20억 원을 배우자와 자녀 2명이 물려받는 경우를 가정해보면 유산세 방식 적용 시 1억3200만 원 수준이던 세금이 유산취득세 적용 시 0원으로 확 줄게 된다. 배우자가 10억 원, 자녀 2명이 각각 5억 원을 받는다고 할 때 유산세 방식으로는 공제액이 13억6000만 원에 그친다. 민법상 배우자와 자녀의 법정상속 비율 1.5 대 1 대 1 적용 시 배우자의 법정상속분은 8억6000만 원이다. 30억 원까지 법정상속분 한도로만 공제해주는 현행 배우자공제 제도상 공제액은 일괄공제 5억 원을 합쳐 13억6000만 원이 된다.

반면 유산취득세 방식으로는 배우자공제 10억 원, 자녀공제 각각 5억 원이 적용돼 전체 공제액은 20억 원으로 낼 세금이 없어진다. 현재 일괄공제와 배우자공제를 합해 10억 원은 면세되고 있는데 이 같은 면세점이 사실상 20억 원으로 올라갈 전망이다.

정부는 이달 중으로 관련 법률안을 입법예고하고 5월 국회에 법안을 제출한 뒤 연내 입법을 완료한다는 구상이다.

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