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우크라 ‘30일 휴전안’ 합의… 푸틴 결정만 남았다

■ 트럼프, 이번주 푸틴과 소통

美 먼저 제안하고 우크라 수락
광물협정 체결도 속도 내기로

트럼프 “러 동의할 확률 75%”
젤렌스키 “美, 러 이행 설득을”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3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30일간 휴전하는 안을 추진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 주 중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소통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러시아의 수용으로 전쟁의 포성이 멈출지 주목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빼앗긴 자국 본토 쿠르스크 수복 속도를 높이며 향후 종전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11일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이날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9시간에 걸친 고위급 회담 후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는 미국이 제안한 즉각적인 30일간의 임시 휴전을 수락할 준비가 됐으며, 이는 당사자들의 상호 합의에 따라 연장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러시아의 수락과 이행이 필요하다”며 “미국은 러시아의 상호주의가 평화 달성의 열쇠라는 점을 러시아와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국은 또 우크라이나 광물 자원 개발을 위한 협정을 가능한 한 빨리 체결하는 데도 합의했다. 미국은 임시 휴전 합의에 따라 이날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 및 정보 공유 중단 조치를 즉각 해제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우크라 외교, 美국무에 ‘탄약상자’ 성화 선물 11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미국과 우크라이나 고위급 회담에 참석한 안드리 시비하(왼쪽) 우크라이나 외교장관이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에게 탄약 상자에 그려진 성화를 선물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제공 EPA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휴전안에 대해 이번 주 안에 푸틴 대통령과 소통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에서 취재진에게 푸틴 대통령과의 소통 계획을 밝히면서 “탱고를 추려면 두 사람이 필요하다”며 “푸틴 대통령도 (임시 휴전에) 동의하기를 바란다. 나는 동의할 확률이 75%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또는 12일 미국과 러시아 당국자가 회동할 것이라고 밝혀, 스티브 위트코프 백악관 중동특사와 푸틴 대통령 간 회담이 성사될지도 주목된다.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며칠 내로 러시아 측과 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블룸버그통신은 위트코프 특사가 이번 주 내로 러시아를 방문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백악관에 다시 초대할 것이냐는 취재진 질문에 “물론이다. 분명히 그렇게 할 것”이라고 답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임시휴전 추진 합의와 관련해 성명을 통해 “우리는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며 “미국은 러시아가 이를 이행하도록 설득해야 한다”고 러시아의 수용을 촉구했다. 유럽연합(EU)과 영국도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고위급 회담 결과를 환영하며 “공은 러시아로 넘어갔다”고 러시아를 압박하고 나섰다. 휴전안을 러시아가 수용하면, 휴전 기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미국 중재하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점령지 처리 문제, 우크라이나 안전보장 방안 등에 대해 중점적으로 논의할 전망이다.

휴전 결정 압박 속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점령한 쿠르스크 수복 작전을 강화하고 있다. 이날 러시아 국방부는 성명에서 러시아군이 접경지 쿠르스크의 12개 마을과 100㎢ 이상의 영토를 우크라이나군에게서 탈환했다고 발표했다.

이현욱 기자 dlgus300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