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 MG손보 인수 포기… 노조 방해로 실사조차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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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석달만에
MG 노조, 대규모 구조조정 우려
매각조건 협의 실사 번번이 막아

금융위 “법·원칙에 따라 대응”
보험계약자 124만명 피해 우려

메리츠화재가 MG손해보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지 석 달 만에 인수를 포기했다. 노조의 방해로 실사조차 진행하지 못했다. 예금보험공사는 MG손보 매각에 또 실패했다.

메리츠금융지주는 13일 공시를 통해 자회사인 메리츠화재가 MG손보 매각과 관련한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반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9일 MG손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지 3개월여 만이다. 메리츠금융은 이사회 결의를 통해 예보에 이 같은 내용에 대한 통지를 발송했다고 덧붙였다.

메리츠화재는 매각조건 협의를 하기 위해 여러 차례 실사를 시도했으나 노조가 막아서면서 번번이 무산됐다. MG손보 노조는 메리츠화재가 인수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구조조정이 발생할 것을 우려했다. 메리츠화재가 우량자산만 선택할 수 있는 자산부채이전(P&A) 방식으로 인수를 추진해 고용을 승계할 의무가 없었기 때문이다. 메리츠화재는 MG손보 노조에 고용규모를 전체 직원의 10%, 비고용 위로금 수준으로 250억 원을 제시했으나 노조와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MG손보는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경영이 어려운 상황이다. 예보는 지난 2022년 4월 MG손보가 부실금융기관으로 결정된 이후 네 차례 공개 매각을 추진했으나 모두 유찰됐다. 이후 예보는 수의계약 방식으로 전환하고 메리츠화재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으나 이번에도 매각에 실패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MG손보의 독자생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점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금융당국과 예보는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해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예보는 메리츠화재가 인수를 포기할 경우 청·파산을 포함한 정리 대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MG손보가 청산될 경우 국내 첫 보험사 청산 사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MG손보가 실제 청산 절차를 밟게 되면 보험계약자 124만 명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 보험계약자는 예금자보호법상 5000만 원까지 해약환급금을 보장받지만 이를 초과하는 금액은 손실을 볼 수 있다. 이들은 계약 해지로 해약환급금보다 적은 금액을 파산배당으로 받게 된다. 또 실손보험 등은 기존 보험과 같은 조건으로 다른 보험사에 재가입이 어려울 수 있다.

김지현 기자 focu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