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규제 밖 사모펀드
지분 7.82% 취득때 1.1조 빌려
2차전지 사업 등 분할 매각땐
국가핵심기술 해외 유출 우려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돌입한 대형마트 홈플러스 사태를 계기로 대주주 MBK파트너스의 경영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MBK의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 문제를 두고도 ‘제2의 홈플러스 사태’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기업인 고려아연 영업 자산에 대한 이른바 ‘쪼개기 매각’과 나아가 국가 핵심기술의 해외 유출 가능성마저 다시 거론되는 실정이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MBK는 지난해 9월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이어, 두 차례 장내매수로 고려아연 지분 7.82%를 취득했다. MBK가 고려아연 지분 매입을 위해 지출한 약 1조5000억 원 중 70%(약 1조1100억 원)가 NH투자증권에서 빌린 차입금이다. 홈플러스 인수 때와 마찬가지로 차입 인수 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향후 MBK가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까지 인수하면 차입금은 수조 원대로 늘어나고 자금 부담도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홈플러스 사태에서 불거진 ‘엑시트’(투자금 회수)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고려아연이 보유한 아연 등 기존 비철금속 제련 외에 전략 광물 생산 사업과 2차전지 소재 사업, 신재생에너지 사업 등을 분할 매각하는 방식 등이다.
고려아연의 국가 핵심기술이 중국 등 해외에 판매·공유되는 방식으로 유출돼 경제 안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다시 고개를 든다.
고려아연은 중국이 미국에 수출 통제한 주요 전략 광물(안티모니·인듐·비스무트 등)을 생산하는 국내 유일 기업으로, 공급망 구축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방위·항공우주 사업의 핵심 소재인 안티모니를 연간 약 3500t 생산하며 모든 국내 수요를 충당하고 있다.
MBK는 앞서 국가 핵심기술을 보유한 두산공작기계(DN솔루션즈)를 인수한 뒤 중국 등 해외 기업에 매각하는 방안을 정부에 타진한 바 있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반대하면서 결국 무산돼 국내 자동차 부품사인 디티알오토모티브에 매각했다.
최지영 기자 goodyoung17@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