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법원 “선출직 아닌 머스크, USAID 폐쇄 권한없다” 제동

“위헌 우려”… 조치 중단 가처분
성전환자 軍복무 금지, 중단지시

워싱턴=민병기 특파원 mingming@munhw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 밀어붙이기가 잇달아 연방 법원에 의해 막히거나 지연된 가운데 직원 1만여 명 중 294명만 남기는 구조조정 대상이 된 미국국제개발처(USAID)의 해체에도 연방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미국 메릴랜드주 연방 법원의 시어도어 추앙 판사는 18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수장을 맡고 있는 정부효율부(DOGE)에 USAID를 폐쇄하려는 추가 조치를 중단하라는 취지의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판사는 머스크 CEO의 USAID 해체 시도가 여러 방식으로 위헌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또 머스크 CEO의 행동으로 의회가 입법으로 만든 기구의 해체를 감독할 수 있는 권한을 빼앗겼다고도 판단했다. 이에 따라 판사는 현재 USAID에 남아 있는 직원들이 내부 컴퓨터 시스템을 다시 쓸 수 있도록 접속 권한을 복원하고 청사에서 퇴출한 직원들을 다시 배치하기 위한 계획을 작성하라고 지시했다.

이번 소송은 선출직 공무원이 아닌 머스크 CEO가 연방 기구의 사실상 해체와 공무원 감축 등 막대한 권한을 휘두르는 데 대한 법적 권한을 문제 삼았다. 소송을 제기한 USAID 직원들은 머스크 CEO가 정부 구조조정을 추진하며 미국 헌법상 대통령이 지명하고 상원이 인준한 ‘미국 정부 관료’만이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보유하고 휘둘렀다고 지적했다. 원고들은 또 머스크 CEO와 DOGE 직원들이 법적 허가 없이 정부 운영 체계에 접근하려 한 점도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 CEO에게 연방 정부 조직 해체와 공무원 대규모 감축 역할을 맡겼고, 머스크 CEO는 USAID를 포함한 연방 정부 조직 해체를 주도했다. 다만 뉴욕타임스(NYT)는 USAID 직원 상당수가 해고돼 판결의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법원은 또 이날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를 사실상 금지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도 중단을 지시했다. 이날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아나 레예스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 판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랜스젠더 군 복무 관련 행정명령이 성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미국 헌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