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회사 세우고 장비 라벨갈이… 1년동안 보조금 493억원 ‘꿀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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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2023년 7월 ~ 2024년 6월 보조사업 점검

630건 적발… 역대 최대 규모
87%가 허위계약·가족간 거래
올해는 1만건 대상 점검 계획

지난해 630건의 국고보조금 부정수급 사례가 적발됐다. 전년 대비 1.3배 증가한 것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적발된 이들은 아들 명의의 ‘유령회사’나 이미 보유하고 있는 물건의 ‘라벨갈이’ 등을 통해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십억 원대의 보조금을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기획재정부는 19일 오전 김윤상 기재부 2차관 주재로 개최된 ‘제8차 관계부처 합동 집행점검 추진단 회의’에서 국고보조금통합관리망 ‘e나라도움’의 ‘보조금 부정징후탐지시스템’(SFDS)을 활용해 추출·점검한 결과를 발표했다. SFDS는 보조사업자(수급자)의 다양한 정보를 수집해 가족 간 거래, 출국·사망자 수급, 세금계산서 취소 등 패턴을 만든 후 이에 해당하는 지급 건을 탐지해 위험도가 높은 사업을 알려주는 시스템이다.

기재부는 2023년 7월부터 2024년 6월 집행된 보조사업 중 부정으로 의심되는 보조사업 8079건을 추출·점검했다. 그 결과 총 630건, 493억200만 원의 보조금 부정수급을 적발했다. 대표적인 부정수급 사례는 ‘쪼개기 계약’이나 ‘유령회사’를 통한 허위계약으로 보조금을 편취한 것이다. 한 보조사업자는 친척이 최대 주주인 회사와 수년간 수의계약을 체결해 39억1000만 원을 가로챘다. 친척 회사와 계약을 먼저 체결한 뒤 2개월이 지난 시점에 요식행위로 나라장터에 입찰공고를 내는 식이었다.

보조사업자 대표가 아들 명의 페이퍼컴퍼니나 친오빠가 대표로 있는 업체와 수의계약을 체결한 뒤 실제 근무하지 않는 자식에게 인건비를 지급하거나 보조금으로 구입이 금지된 술을 구입한 경우도 있었다. 이처럼 거래계약 과정에서의 부정(392억 원)과 가족 간 거래(38억8000만 원)가 전체 적발금액의 87.4%를 차지했다. 보조금을 사용할 수 없는 업종에서 보조금 카드를 결제하는 등 집행 오남용 사례도 231건(23억5000만 원)이나 됐다.

기재부 관계자는 “올해는 부정징후 추출 건수를 1만 건 이상으로 확대하고, 합동현장점검 건수도 500건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