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수집욕·과시욕으로… 흥망성쇠 반복한 도서관[북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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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관의 역사
앤드루 페테그리·아르트휘르 데르베뒤언 지음│배동근·장은수 옮김│아르테

인간의 욕망이 어떻게 도서관의 역사를 바꿨는지 서술한 책이다. 비슷한 유형의 이전 책들이 도서관의 역사를 통사적으로 서술하거나 전 세계 도서관을 소개하는 형식이었다면 ‘도서관의 역사’는 인간의 수집욕과 과시욕, 권력에 대한 열망이 도서관의 흥망성쇠를 가져왔음을 강조한다. 책과 미디어, 그리고 도서사의 권위자 2명의 자세한 설명과 더불어 민음사 대표이사를 지낸 장은수 출판평론가가 해제를 맡아 상세한 이해를 돕는다.

고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얘기가 곳곳에 나온다. 이 도서관에는 인류가 19세기에 이르도록 수집하지 못한 어마어마한 양의 책이 보관돼 있었다고 한다. 페르난도 콜론 등 책 소장에 열을 올렸던 후대의 많은 수집가가 재현하고자 했던 도서관의 원형이기도 하다. 이곳에 축적된 책은 하나하나 손으로 적어야 하는 사치품이었기에 왕족과 종교인 등 고위층의 전유물이었다. 이들이 책을 모은 이유는 ‘지식을 탐구하겠다’는 고상한 이유가 아니었다. 수많은 장서는 부와 지식을 과시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도서관은 권력과도 맞닿아 있었다. 그렇기에 새로운 왕조가 탄생할 때마다 이전 왕의 권위를 상징하는 거대한 도서관을 없애는 무지가 반복됐다. 하지만 저자는 말한다. 역사 속 대부분 도서관은 무관심과 방치 속에 사라져 갔다고.

이쯤에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도서관은 지식의 평등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오늘날에는 ‘도서관’ 하면 ‘공공의 것’이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따라오지만 이런 공식이 성립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9세기가 돼서야 등장한 공공도서관은 엄밀한 의미에서는 모두에게 열려 있지 않았다. 일정 수준 이상의 지적 능력을 갖춘 전문직들이 주로 그 대상이었다. 대부분 후원을 받아 회원제로 운영했다. 도서관에 여러 장르의 책이 들어오게 된 것도 오래되지 않았다. 여성과 노동자 계급이 읽는 통속소설과 실용서는 배척당했다. 이른바 고급 책만 들어설 수 있었다. 이후 공적 자금이 투입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도서관은 시민을 위한 책을 들여놓기 시작했다. 2차 세계대전과 대공황 당시 지치고 혼란에 빠진 사람들을 위로한 건 도서관이었다.

역사 속 도서관은 번성과 쇠락을 반복했다. 디지털 전환기에 이르러 갑자기 도서관의 생존이 위협받는 건 아니라는 의미다. 기술 발전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보 과잉시대 도서관의 역할은 무엇일지 탐구하고 고민할 필요가 있다. 800쪽, 4만8000원.

김유진 기자 yujink021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