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멕시코, 이번엔 ‘물 전쟁’

“멕, 브라보강 강물 美에 안 보내”
美, 콜로라도강 강물공급 거부
관세·국경봉쇄 위협강화 가능성
셰인바움 “내용 살피겠다” 진화

加, 내달 28일 조기총선 치를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 전쟁이 미국과 멕시코 간 물 전쟁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멕시코가 약속된 강물을 제대로 공급하지 않는다며 멕시코 측에 미국 강물 공급 중단을 선언했고, 멕시코는 상황을 개선 중이라고 해명했다. 캐나다 집권 자유당은 최근 관세 부과와 조롱성 발언으로 반 트럼프 여론이 거세지며 지지율이 상승하자 다음 달 조기 총선을 치르기로 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북미 3국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20일 미 국무부 내 서반구 담당 사무국은 X에 “멕시코는 1944년 체결된 양국 간 물 협약상 이행 조건을 따르지 않아 미국 농업, 특히 리오그란데 강 유역 농부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오늘 미국은 콜로라도 강 강물에 대한 (멕시코) 티후아나로의 특별 공급 요청을 처음으로 거부한다”고 밝혔다. 텍사스에 지역구를 둔 테드 크루즈 공화당 소속의 연방 상원 의원은 “멕시코의 협약 불이행으로 텍사스 농부가 위기에 처해 있다”며 국무부 결정에 환영하는 게시글을 SNS에 올렸다.

길이 3145㎞의 육로 국경을 맞댄 미국과 멕시코는 국경 지역 강물을 공유하기 위해 1944년 관련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 협약에 따르면 멕시코는 브라보 강(미국명 리오그란데 강) 유량 중 3분의 1쯤에 해당하는 4억3000만㎥가량의 물을 매년 미국에 보내야 한다. 대신 미국은 콜로라도 강에서 매년 19억㎥의 물을 멕시코로 보내게 된다. 문제는 최근 30년 사이 기후 변화와 멕시코 북부 국경지대 산업 발달, 농산물 재배로 물 수요가 급증하면서 멕시코가 합의된 만큼의 물을 미국 쪽으로 보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AFP통신에 따르면 멕시코는 올해 10월까지 5년 단위의 물을 미국으로 공급하면 되지만, 올해도 정해진 양을 채우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일각에선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멕시코산 제품에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하거나 국경 봉쇄 위협을 강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관련 부처에서 내용을 적극 살피고 있다”며 진화에 나섰다.

한편 이날 마크 카니 캐나다 신임 총리가 내달 28일 조기 총선을 치르기로 했으며 조만간 이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고 로이터통신 등은 보도했다. 카니 총리는 10월로 예정된 총선을 앞당길 뜻을 밝혀왔는데,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캐나다 간 갈등으로 카니 총리가 소속된 자유당의 지지율이 상승 중인이라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연초까지만 해도 카니 총리가 속한 자유당은 보수당에 정권을 내줄 가능성이 커 보였다. 그러나 관세 압박과 더불어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만들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조롱성 비난이 이어지자 캐나다에선 반미 정서가 부상했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강경 대응을 내세운 카니 총리의 자유당 지지율은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정지연 기자 jjy0725@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