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정부에만 맡겨선 안돼… 美정가 접촉해 협상 도와야”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정만기(사진 가운데) 한국산업연합포럼 회장과 양희동(〃 왼쪽) 한국경영학회장,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이 19일 서울 중구 새문안로 문화일보 사옥에서 진행된 경제 전문가 좌담회에서 관세 전쟁 해법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백동현 기자

■ 국회 등에 적극 역할 주문

경제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가 백척간두 위기에 내몰리고 있는 만큼 정치권도 행정부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더 적극적으로 외교 전선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정부를 향해서는 일부 피해가 불가피한 산업을 중심으로 철저히 대응책을 마련하는 한편, 우리의 협상 카드를 먼저 적극적으로 꺼내기보다는 의도를 숨기는 ‘로키(low-key·이목을 끌지 않도록 절제하는)’ 전략을 통해 향후 있을 양자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희동 한국경영학회장은 지난 19일 문화일보 좌담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힘이 강하긴 하지만 미국이라는 나라는 대통령 한 사람에 의해 돌아가는 나라가 아니고, 미 국회 역시 국제적·정치적으로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우리 행정부가 (탄핵 사태 여파로) 발목이 잡혀있을 때는 국회가 역할을 해주며 보완해줘야 하는데 책임 의식을 갖지 않고 되레 발목을 잡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회의원도 충분히 미국의 ‘카운터파트(상대)’가 될 수 있고 미국 상임위원회 소속 인사들과 접촉해 여론을 형성할 수 있는 만큼 그런 기능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 역시 “국회가 과연 한국 기업이 얼마나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전반적인 산업 경쟁력이 크게 약화하고 있는 만큼 더 적극적으로 기업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 정책과 관련해서는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한편, 양국 간 산업 연관성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만기 한국산업연합포럼 회장은 “한국의 경우 상호관세 부과 우려는 크지 않지만, 자동차·반도체·철강·알루미늄·농산물 분야를 중심으로 한 특별관세 부과로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은 배제하기 어렵다”며 “정부는 업계의 잠재적 피해 가능성을 파악해 지원책을 촘촘하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관심이 큰 조선·방산 분야를 중심으로 협력 분야를 확대해 산업 연관성을 높이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다”며 “이는 우리의 이익이 미국의 이익으로 인식되도록 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원장은 ‘맞교환 카드’를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예컨대 미국 측이 자동차 관세화를 요구하면 우리는 ‘배터리와 반도체 보조금 지급을 유지하라’고 요구해 실리를 찾아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동맹 프레임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로키 전략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정 회장은 “타깃이 선명하면 공격 대상이 되기 쉬운데, 미국의 관세 정책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미국 측의 문제 제기도 없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문제까지 우리가 미리 우려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되레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병철·이소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