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고관세 압박뒤 양자협상 노릴것… 韓, 전략적 대응 서둘러야”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왼쪽 사진부터 정만기 한국산업연합포럼 회장, 양희동 한국경영학회장, 장상식 무역협회 통상연구원장.

■ 美 ‘상호관세’, 韓영향은
경제 전문가 3인 좌담회

정만기 한국산업연합포럼 회장
韓에 상호관세 우려 크지 않으나
철강 등 특정품목 관세는 불가피

美, 첨단산업 분야 등 중국 견제
韓, 조선·방산·반도체 등서 기회

양희동 한국경영학회장
트럼프‘전시효과’노린 관세전쟁
美 인플레 감지되면 진정 불가피

美제조업 관세로 강화되진 않아
韓과 반도체·車부품 협력 전망

장상식 무역협회 통상연구원장
美, 무역적자 심한 품목들 중심
비관세장벽 이유로 관세 매길것

한미 FTA는 폐기 압박하면서
부분 무력화·예외조항 만들듯

정리 = 장병철·이소현 기자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세계 각국의 대미 관세율과 비관세 장벽을 두루 고려해 오는 4월 ‘상호 관세’를 발표하겠다고 예고하면서 한국 경제에 미칠 파장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19일(현지시간) 미국과의 무역 관계에서 고관세를 부과하고 비관세 장벽이 높은 나라들을 ‘더티 15(지저분한 15)’라고 지칭하면서 한국도 해당 명단에 포함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 치 앞도 예상하기 어려운 트럼프발 관세 전쟁과 대통령 탄핵 사태에 따른 리더십 부재 등으로 불확실성이 갈수록 높아지는 가운데, 관세 전쟁의 해법과 한국 경제가 나아갈 방향을 경제 전문가 3인과의 좌담회를 통해 진단해봤다. 문화일보가 19일 서울 중구 새문안로 문화일보 사옥에서 진행한 경제 전문가 좌담회에는 정만기 한국산업연합포럼 회장, 양희동 한국경영학회장,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이 참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 전쟁이 기존 국제 무역 질서를 뒤흔들고 있다. 중국을 중심으로 무역 질서가 재편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는데, 글로벌 통상 환경이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하나.

△정 회장 = 이런 흐름으로 간다면 미국이 국제 교역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미국을 제외한 국가 간에는 관세 장벽이 새롭게 설정되지 않고 있다. 미국과 미국의 주요 교역국을 중심으로 새로운 관세 장벽이 구축되는 상황인데, 이 경우 미국과 교역국 사이에는 교역 회피와 전환 효과로 인해 교역이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하지만, 반대로 미국을 제외한 국가 간 교역은 늘면서 미국이 글로벌 무역 체제에서 소외될 여지가 있다. 중국 중심 재편 가능성 비중은 다소 늘겠지만, 중국을 중심으로 완전히 새로운 질서가 자리 잡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양 회장 = 미국이 관세 장벽을 높게 쌓는 정책을 지속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 높은 관세는 미국 내 인플레이션이 감지되는 시점에 다시 진정될 것으로 예상한다. 아울러 쉽사리 중국 중심으로 국제 질서가 재편될 것 같지는 않다. 중국 내 시진핑 주석의 권력도 과거처럼 절대적이진 않고, 2027년 연임이 다시 결정되는 만큼 중국의 미래도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장 원장 = 최근 흐름은 ‘국제 질서가 다극화하고 있다’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할 것 같다. 전통적 무역질서는 비교우위와 효율성, 상호호혜를 바탕으로 자국민의 소비, 후생, 효용 증진이 목적이었으나 최근에는 ‘안보와 생존’이 무역의 최우선 가치로 자리 잡고 있다. 아울러 보호무역주의 부상, 다자간 교역 체제 약화, 양자 간 협력 강화,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이 새로운 흐름으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 중국 중심의 재편까지는 아니지만, 중국을 필두로 해서 좀 더 다극화한 국제 무역 질서가 새롭게 형성될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

―관세 전쟁에서 미국이 한국을 상대로는 어떤 카드를 꺼내 들지 초미의 관심사다. 상호관세 부과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가능성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제기되는데.

△장 원장 = 상호관세는 동종 산업에서 동종 품목의 관세가 차이가 났을 때 그만큼 똑같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개념인데, 우리는 FTA 체결국으로 관세가 거의 없는 상태라 상호관세를 매기기는 쉽지 않으리라고 본다. 미국도 한국에 대해선 상호관세를 이야기하기보다는 무역적자가 심한 품목 등을 강조하고 있다. 결국, 비관세 장벽 등을 앞세워 상품에 관세를 매기는, ‘B를 이유로 A에 관세를 부과하는’ 그런 방식을 추진할 것 같다. FTA 개정은 미국이 속도전을 벌이고 있는 만큼 전면 개정보다는 상호관세 부과나 FTA 폐기를 압박하면서 일정 부분 무력화 또는 예외조항을 만드는 식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양 회장 = 미국이 품목별로 여러 추가 관세 계획을 마련한 만큼 일단은 예정대로 진행되리라 본다. 그러나 미국 내 제조업이 예상만큼 쉽사리 따라오기 힘들고 경쟁력을 갖춘 제조업 국가가 희귀한 점을 고려해 볼 때, 제조업 경쟁력이 있고 우방인 한국에 대해서는 추가 관세 유예 및 면제 조치가 잇따를 수 있다. 다만 한·미 FTA는 지금 흐름을 고려하면 재협상이 진행될 것이다. 협상이 진행되면 한국 입장에서 상당히 수세에 몰리게 될 것이다. 트럼프 1기 때도 자동차 관세 25% 요구가 있었고, 다른 분야에 대한 양보로 이 조치를 막아낸 바 있다. 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무엇을 내주고, 무엇을 얻을지에 대한 전략적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한다.

△정 회장 = 2024년 한국은 미국의 주요 수입국 순위 중 베트남에 이어 7위에 이름을 올렸는데 미국 수입시장 점유율은 약 4%로 크게 높지 않다. 이에 따라 우리에게 캐나다나 멕시코 등에 적용한 25%의 관세를 부과할 이유는 딱히 없다. 아울러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우리는 0.79%의 낮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어 상호관세 부과 우려도 크지 않다. 다만 반도체, 철강, 알루미늄 등 특정 품목을 중심으로 관세 부과가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FTA의 경우 재협상 압박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실제로는 쉽지 않으리라고 본다. 오히려 아직 미국에서 문제 제기도 하지 않은 FTA를 우리가 나서서 테이블에 올리는 것은 아닌지 경계할 필요가 있다.

―미국 내부에서도 관세 전쟁에 따른 부작용 우려가 계속해서 나오는데 미국 정부가 지금과 같은 정책을 계속 밀어붙일 것으로 보나.

△양 회장 =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어떤 상징적 메시지를 던지는 일종의 ‘전시효과’라고 본다. 속에는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을 것이다. 지금 추진하는 관세 정책으로 미국이 경제적으로 큰 이득을 볼 가능성은 크지 않다. 최근 일련의 정책들은 고도의 전략적 움직임이지 단순히 관세에 국한해서 ‘경제적으로 무역적자를 해소하겠다’는 속내는 아닐 것이다. 분명 국가별로 다르겠지만 얻으려는 것이 있고 관세를 무기로 해서 그것을 얻고자 할 것이다. 이에 따라 지금 같은 고관세 정책을 장기간으로 끌고 가긴 쉽지 않으리라고 본다. 미국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인플레이션인데 관세 정책의 경우 아귀가 맞지 않고 상충하는 부분이 많아 이미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 회장 = 저도 미국 정부가 현재 같은 고관세 정책을 지속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본다. 중국에 대한 고관세 정책은 이어갈 수 있겠지만, 나머지 국가에 대해서도 이런 정책을 계속 끌고 나갈 가능성은 낮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 전임인 조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을 거의 다 부정하고 있지만, 일부 부정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 바로 재정 수입에 보탬이 되거나 세출을 깎는 것과 연관된 정책이다. 그런 측면에서 트럼프 행정부 임기가 끝나고 민주당 정부가 들어서도 큰 기조에서 미국에 유리한 정책들은 그대로 두고 마이너한 정책들만 변경될 가능성은 예의주시해야 한다.

△장 원장 = 관세 정책의 부작용에 달렸다. 부작용이 생각보다 크면 트럼프 대통령이나 미국 정부의 입장에 변화가 있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다소 오래갈 가능성도 있다. 바이든 전 대통령의 예를 들고 싶은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집권했을 때 국내에서는 우리나라의 철강과 알루미늄 수출에 대한 쿼터를 없애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생각보다 쿼터를 설정한 트럼프 행정부 정책을 그대로 가지고 가면서 필요한 부분만 살짝씩 완화해 주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트럼프 행정부든 이후 다른 정부가 들어서든 미국은 선별적으로 뜻이 맞는 국가에 얻을 것을 얻어가면서 선심 쓰듯 제재를 완화해주며 본인들이 원하는 것을 취할 것으로 본다.

―우리나라가 제조업 강국인 점과 미국의 주요 우방인 점, 미·중 경쟁 등을 고려했을 때 관세 전쟁 흐름이 되레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양 회장 = 제조업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산업이 아니다. 전문 인력 충원도 쉽지 않다. 미국의 제조업 경쟁력은 추가 관세 부과로는 회복할 수 없다. 결국, 중국을 글로벌 공급망에서 제외하려 할수록 미국의 주요 제조업 동반자로서 국방과 반도체, 자동차 부품 등에서 경쟁력을 갖춘 한국 기업을 찾게 될 것이다.

△정 회장 = 가장 의미가 있는 것은 미국이 첨단 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한국과 경쟁 중인 중국을 견제해준다는 것이다. 미국이 이렇게 계속 견제를 해주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우리 산업 기반을 탄탄히 하면서 중국이 따라오는 것을 지연시키는 효과가 있다. 또 미국이 조선·항공·방산 이런 분야를 중심으로 중국과 계속 경쟁하고 있는데, 조선업 같은 경우는 할 만한 나라가 한국 외에 별로 없으니까 우리에게 기회가 있다. 비단 조선·방산뿐 아니라 소프트웨어나 반도체 같은 산업에서도 긍정적인 요소가 있을 것으로 본다.

△장 원장 = ‘미국이 중국을 견제할 때 필요한 국가는 한국이고 미국이 동맹국인 한국을 압박하는 것은 중국과 러시아만 이롭게 한다’는 논리를 잘 편다면 되레 기회가 많을 수 있다. 조선·방산뿐 아니라 민감 분야인 원자력 산업, 특히 최근에는 소형모듈원자로(SMR) 분야에서 양국이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태양광과 반도체 분야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