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우크라, 고위 실무회담… 휴전확대·전쟁재개 기로

에너지 시설보호 등 5시간 논의
미·러, 내일 흑해휴전 협상할듯

러, 키이우 공습… 최소 3명 숨져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우크라이나 전쟁 부분 휴전안과 관련한 구체적 시행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고위급 실무회담을 23일 진행했다. 당초 예정된 날짜보다 하루 앞당겨진 것으로, 미국 측은 다음 날 열리는 러시아와 회담에서 세부 사항을 조율하고 흑해까지 휴전을 확대하는 안을 논의할 전망이다. 휴전 논의 중에도 공습이 계속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휴전 확대와 전쟁 재개의 갈림길에 서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과 우크라이나 고위 대표단은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부분 휴전안을 놓고 약 5시간 동안 회담을 진행했다. 우크라이나 대표단을 이끄는 루스템 우메로우 국방장관은 이날 회담을 마친 후 에너지 시설 보호 등을 포함한 핵심 사항을 다뤘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오늘은 사우디에서 우크라이나와 미국 팀의 두 번째 회의가 열렸다”며 “우메로우 국방장관에게 협상 과정을 보고받았다. 우리 팀은 건설적으로 일하며 매우 유용한 대화를 주고받았다”고 전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8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에서 30일 부분 휴전안(에너지·인프라 시설 공격 중단)에 합의한 데 이어 19일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이에 대한 동의를 얻은 바 있다.

세르게이 베세다 연방보안국(FSB) 국장고문이 이끄는 러시아 대표단은 이날 리야드에 도착해 미국과의 회담 준비에 돌입했다. 그리고리 카라신 러시아 상원 국제문제위원장은 “(미국 측과) 협상은 내일(24일) 아침에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고, 러시아 측이 회담에서 흑해 곡물 운송 사안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고 리아노보스티통신은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을 담당하고 있는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특사는 이날 “실질적 진전을 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30일 부분 휴전안이 “양국 간 선박에 대한 흑해에서의 휴전에 영향을 미친다”며 “이것에서부터 자연스럽게 전면적 휴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우리는 길의 시작점에 있을 뿐”이라며 “어려운 회담을 앞두고 있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휴전 논의에도 양측의 교전 강도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날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공습해 최소 3명이 숨졌다. 우크라이나군은 동부전선 루한스크의 나디아 마을을 되찾았다고 주장했다.

이현욱 기자 dlgus300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