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러 파병 병력에 ‘탈북자 가족’ 포함…보복조치 논란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북한군 장교(왼쪽 사진)와 병사가 각각 턱과 손에 붕대를 감은 채 침대에 앉아 우크라이나 보안국의 신문을 받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X 캡처 뉴시스

북한이 지난해 러시아에 파병한 1만2000명 규모의 전투병력 중 일부가 탈북민 가족 출신 군인과 범죄로 수감됐던 병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죽어도 아깝지 않은 총알받이’ 병력을 선별해 파병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4일 샌드타임즈는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 지난해 10월 특수부대인 폭풍군단 소속 병력을 중심으로 파병 대상이 선발됐으며, 이 과정에서 군 복무 중 과오를 저질러 징계를 받은 인원이나 출신 성분이 불순한 복잡계층도 일부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복잡계층은 한국이나 중국 등 해외로 탈북한 사람의 가족을 의미한다. 소식통은 샌드타임즈에 "인민군 총정치국은 ‘외국에서 진행되는 특별훈련’이라는 명목 아래 선발 지침을 하달했고, 이 안에는 문제가 있는 인원도 포함하라는 내용이 명시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전선, 특히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 지역에서 하루 수백 명 이상의 사상자가 나오는 등 고전 중이었으며, 북한 역시 파병 병력이 생환할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군은 전투 중 부상당한 병력에 대해서도 본국 송환 없이 치료 후 다시 전장에 투입하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최근에는 평양과 평안도 주둔 부대 등지에서 추가 파병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파병 이후 전사한 북한 병사들의 사망 통지서가 지난해 11월 말부터 가족들에게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당시 모스크바에서 평양으로 향하는 열차를 통해 전사자 시신이 본국에 도착하기 시작했다"며 "시신 도착과 동시에 장례 절차를 비밀리에 진행했다"고 전했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양강도 혜산시에 거주하는 주민 최모씨는 지난해 11월 30일, 5년 전 입대한 아들의 사망 소식을 지역 당국으로부터 통지받았다. 보통 북한 주민들은 다른 지역을 방문하려면 여행증명서를 발급받아야 하는데, 최모씨는 지역 노동당에서 마련해 준 차량을 타고 당일 평안북도 덕천에 있는 부대에 도착했다. 이어 현지에서 장례를 치르고, 시신은 부대 내 공동묘지에 매장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유가족들에게 "아들의 사망 사실을 발설하지 말라" "곡소리도 내지 말고 조용히 지내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에 따라 통지를 받은 가족들 다수는 울음조차 삼킨 채 며칠을 실신 상태로 보내는 일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당국의 함구령에도 자식을 잃은 부모들이 여기저기서 통곡을 하며 사회적 여론이 좋지 않게 흐르자 북한은 최근 파병군 사망통지서 발급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여론을 의식해 사망 통지서 전달을 중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북한 내에서는 러시아 파병 관련 소식이 주민들 사이로 빠르게 확산되며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일부 주민은 "살아서 와야지 죽어서 돌아오면 뭐가 되냐"며 당국을 비판하고 있으며, 졸업을 앞둔 자녀의 군 입대를 막기 위해 뇌물을 사용하는 사례까지 등장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1960년대 베트남전에 파일럿들을 파병했지만 관련 사실을 2002년에야 공개했다. 이번 러시아 파병 역시 철저히 은폐하려고 했지만, 전사자가 속출하면서 비밀 유지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북한 당국은 파병 사실과 관련해 공식 발표는 미룬 채 유가족과 주민들을 상대로 여전히 함구령을 내리고 있다. 하지만 파병된 자녀의 소식을 확인하려는 부모들의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으며, 일부는 군 간부나 여자친구 가족 등을 통해 비공식적 확인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당국이 관련 정보를 철저히 통제해 일반 병사 부모들은 자녀의 생사조차 확인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군 간부 자녀는 파병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일반 주민들의 분노는 더욱 커지고 있다는 것이 소식통의 전언이다.

이현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