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어패럴이 뜬다… 엔저 효과 업고 국내 세력 확장

마니아 위주 日 패션브랜드 인기
백화점 명품 매출은 두자릿수 ↓

‘노 재팬’으로 대표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확산했던 과거와 달리 일본 패션 브랜드들이 최근 들어 전례 없는 인기를 누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마니아층에서 소비되던 비즈빔과 캐피탈, 오어슬로우, 오라리, 코모리 등 일본 브랜드가 엔저 및 일본 여행객 급증 효과를 틈타 국내 시장을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디올과 구찌, 버버리 등 이른바 명품(해외고가) 브랜드들이 경기침체 여파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패션 부문은 편집매장 ‘비이커’와 ‘시프트지’ 등을 통해 다수 일본 패션 브랜드들을 선보이고 있다. 주요 백화점의 이들 매장은 일본 브랜드들이 주력 제품으로 진열돼 있다. 비이커에서 선보인 일본 남성 브랜드 캡틴선샤인은 점퍼와 코트 가격이 100만 원을 훌쩍 넘지만 지난해 불황 속에서도 전년 대비 매출이 33% 늘었다. 오어슬로우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229% 늘었는데, 대표 상품 퍼티그팬츠의 경우 물량을 2배 늘린 지난해에도 완판을 기록했다. 비이커 관계자는 “한·일 국민 체형이 비슷한 데다, 고급스러운 소재와 세련된 디자인을 통해 최근 수년간 일본 브랜드들의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백화점에선 유니클로를 중심으로 올해 1∼3월 일본 브랜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늘어 패션 상품군 전체 신장률(5%)을 넘어섰다. 신세계백화점에서도 이세이미야케, 사카이, 꼼데가르송컬렉션 등 지난해 일본 브랜드(여성 기준) 신장률이 29.4%로, 같은 기간 전체 신장률(3.7%)을 크게 앞섰다. 업계 관계자는 “엔저로 인해 일본 여행이 늘면서 일본 패션 브랜드를 자연스럽게 접한 소비자들이 많아지며 일본 패션 브랜드 매출도 고신장을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국내 백화점 4사에 입점한 명품 브랜드 15개 중 11개 브랜드들이 지난해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역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구찌(-25%), 디올(-10%), 펜디(-28%), 버버리(-16%), 페라가모(-15%) 등은 백화점 매출이 두 자릿수 뒷걸음질 쳤다.

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