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노조 리스크’ 현대제철… 전사적 희망퇴직 단행

중국 덤핑 공세 등 대내외 악재
14일 임원 급여 20% 삭감 이어
고강도 자구책 통해 경영 개선

현대제철이 전사적인 희망퇴직을 단행하기로 했다. 최근 경북 포항공장 등 제한적으로 실시했던 희망퇴직을 회사 전체로 확대하는 것으로, 미국발(發) 관세전쟁과 중국의 덤핑 공세, 노조 파업 리스크 등 대내외 악재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26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이날부터 다음 달 18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대상자는 50세(1975년생) 이상 일반직, 연구직, 기술직이며, 정년까지 잔여 연봉 50%(최대 3년 치)를 위로금으로 지급한다. 자녀 1명당 1000만 원(최대 3명)의 학자금도 지급한다. 회사 측은 우선 희망퇴직 신청서를 받은 뒤 이를 개별적으로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제철이 전사적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한 것은 회사 측이 당면한 업황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비상경영 조치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현대제철은 지난 14일 전체 임원 급여를 20%가량 삭감하는 등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최근 국내외 경영 환경이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며 “강도 높은 자구책 없이는 경영 개선이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 나온 특단의 조치”라고 설명했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된 노조와의 임금협상을 6개월째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60% 이상 줄고 650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상황에서도 1인당 2650만 원(기본급 450%+1000만 원)의 성과급을 제시했다. 하지만 노조는 현대자동차·기아 수준인 1인당 4000만 원가량의 성과급을 요구하며 완강하게 맞서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조치와 관련,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한국산 철강 제품 25%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하면서 철강 수출 경쟁력이 급격히 악화하고 있고, 올해도 중국산 저가 철강의 밀어내기 공세가 심해지면서 업계 위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산 철강의 대(對)중국 무역수지 적자는 70억5700만 달러(약 10조3399억 원)로 최근 8년간 최다를 기록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상황을 비춰 볼 때 대미 수출도 고전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산 철강의 대미 수출금액은 지난 2017년만 해도 36억9900만 달러였지만, 2018년 철강 수출량을 제한하는 대신 관세를 적용받지 않는 무관세 쿼터제(연 263만t)를 적용하면서 내리막길을 걸었다. 대미 수출액은 2018년 32억7000만 달러, 2019년 29억8800만 달러, 2020년 22억3300만 달러를 각각 기록했다.

최지영 기자 goodyoung17@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