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린 만큼 베푸는 ‘기부런’… 여유 즐기고 건강 다지는 ‘일석이조’”[사랑의열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전영민(43) 유비티즌 대표가 24일 세종 나성동 소재 사무실에서 사랑의열매로부터 받은 감사패·‘나눔리더’ 인증패를 앞에 두고 달리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

■ 사랑의열매 - 세종 ‘나눔리더 67호’ 전영민 씨

“기초수급자 때 받았던 온정
형편 나아져 되갚으려 시작

‘1m 달리면 1원 기부’ 목표
올해는 68만4990원 전달

기부는 많고 적음 문제 아냐
자신이 가진 대로 베풀면 돼”

세종=조율 기자 joyul@munhwa.com

“상패를 받거나 이런 (인터뷰) 자리를 가질 때마다 굉장히 부끄러워요. 제가 한 게 뭐라고….”

지난 24일 세종 나성동의 한 사무실에서 만난 유비티즌 대표 전영민(43) 씨는 인터뷰가 진행되는 내내 쑥스러운 듯 웃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열매)에 3년째 기부를 이어오고 있는 전 씨는 기부에 대해 “당연한 것” “누구나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 씨는 2021년 사랑의열매에 100만 원을 기부, 세종 지역 67번째 ‘나눔리더’가 됐다. 나눔리더는 2017년에 시작된 프로그램으로 1년에 100만 원 이상 기부·약정한 기부자들을 대상으로 매해 사랑의열매가 선정하고 있다. 나눔리더 총 누적 회원 수는 5328명으로, 지난 2017년 189명에서 출발해 2019년 803명, 2023년 1075명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718명의 나눔리더가 기부에 참여했다.

다른 곳에도 틈틈이 기부를 해왔지만 전 씨가 사랑의열매에 고액을 기부하며 ‘나눔리더’가 된 것은 자신이 사랑의열매로부터 받았던 과거의 온정 때문이었다.

“아이들이 초등학생이던 10여 년 전쯤, 사업 실패로 수억 원의 빚을 지고 기초생활수급자가 됐던 적이 있습니다. 정신적으로 힘들고, 모든 걸 포기하고 싶어 나태해진 순간이었죠. 그때 명절이나 연말 등 정말 필요한 순간에 사랑의열매로부터 도움을 받았어요. 큰돈은 아니었지만 당시에는 그 돈이 정말 소중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후 감사하게도 가정형편이 조금이나마 나아졌고, 더 힘든 사람들을 위해 사용되었어야 하는, 내가 받으면 안 되는 돈을 받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당시 받았던 마음을 다시 갚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전 씨는 주변 지인들로부터 ‘기부하는 마라토너’로 불리기도 한다. 전 씨는 6년 전 건강을 챙기기 위해 러닝을 시작했다. 5㎞였던 완주 목표는 15㎞, 20㎞로 증가했고, 어느덧 일 년에 두 번의 풀코스 마라톤에 참석하는 ‘마라토너’가 됐다. 나눔리더가 된 후 어느 날 전 씨는 TV를 보다 연예인 션이 진행하는 ‘기부런’을 접하게 됐고 달린 만큼 기부한다는 아이디어에 매력을 느꼈다. 마라톤을 하면서 ‘1m당 1원’을 기부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달린 거리를 더해 연말에 기부를 했다. 지난해 희망2024나눔캠페인에는 2023년 1년간 달린 45만4490m에 따라 45만4490원을, 올해 희망2025나눔캠페인에는 지난해 달린 거리에 맞춰 68만4990원을 기부했다.

“션 씨가 뛴 거리만큼 기부를 하더라고요. 이유 없이 돈을 기부하는 것도 좋지만 내 성취와 연결 지어 기부를 하는 것이 더 뜻깊은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물론 션 씨는 1m에 1000원이고 저는 1m에 1원이니 금액은 전혀 다르지만요(웃음).”

기부와 마라톤이 연결되며 더 열심히 달리게 됐다는 전 씨는 ‘기부런’을 진행하며 자신의 인생도 송두리째 바뀌었다고 말했다. “마라톤을 하시는 분들은 모두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고 열정적인 사람들이에요. 그분들이랑 현장에서 만나서 같이 뛰고 대화하다 보니 나태하고 꿈도 없던 제가 그분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받아 많이 변했어요. 일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한 가정을 책임져야 한다는 책임감도 생기고요. 사업을 하다 보면 크고 작은 손해를 볼 때가 있는데, 기부를 한 이후부터는 ‘내가 기부도 하는 사람인데 뭐 이런 거 가지고’ 하는 심적 여유도 생겼습니다. 또 무단횡단 같은 작은 법도 ‘내가 기부도 하는 사람인데 이런 걸 안 지키면 안 되지’라는 생각으로 꼭꼭 지키게 돼요.”

작은 변화들이 이어지자 전 씨의 가족들과 지인들도 자신을 달리 보기 시작했다. “일찍 결혼해 23살과 18살 아들이 있는데, 기부 전후로 아이들이 내색은 않지만 아빠를 다른 시선으로 보고 있다는 게 느껴져요. 지인들도 저에게 ‘멋진 일 한다’고 연락이 오는데 그럴 때마다 기분이 좋고 뿌듯합니다.”

전 씨에게 기부에 대해 묻자 전 씨는 큰 비유나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그저 담담하게 ‘그냥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부를 못 하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다고 생각해요. 저는 기초생활수급자이던 당시에도 아이를 키우는 아버지의 입장에서 아동단체에 기부를 했습니다. 10만 원 기부가 어려우면 5만 원 하면 되고 5만 원도 어려우면 5000원이라도 하는 거죠.”

전 씨는 10년 전 자신과 같은 사랑의열매 후원 수혜자들에 대한 응원도 잊지 않았다. “그때 받았던 지원이 지금 생각하면 크지 않지만 당시에는 그 가치가 훨씬 크게 느껴졌던 기억이 납니다. 솔직히 말하면 후원을 받던 당시 기분도 마냥 좋지만은 않았던 기억이 있어요. 얼른 스스로 성장해서 이 빚을 갚아야겠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납니다. 여러분들도 ‘내가 지금 이 돈을 받았지만 언젠가 사회에 더 많이 돌려줘야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살다 보면 이를 발판 삼아서 더 좋은 인생으로 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올해도 전 씨는 열심히 달리고, 또 열심히 기부할 예정이다. “지난해 몸이 좋지 않아 목표로 했던 것보다 많이 뛰지 못해 ‘묻고 더블로 가자’며 올해 많이 뛸 것을 다짐했어요. 마라톤이 인기가 많아지며 대회 신청 자체도 어려워졌는데, 그래도 열심히 뛰면서 최대한 많은 금액을 기부할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또 요즘 러닝이 유행인데, ‘기부런’을 하면 기부를 위해 더 열심히 달리게 되고 열심히 달리다 보면 달리기 실력도 늘고 건강도 좋아지는 선순환이 이뤄진다고 생각해요. 많은 러너들이 저처럼 ‘기부런’에 동참해보면 어떨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