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남 산불 7일째… 확산세 여전
사망 26명 등 인명 피해도 최대
적지만 비내려 진화 마지막 기회
의성=박천학·산청=박영수·울산=이승륜 기자
영남 지역을 휩쓸고 있는 ‘괴물 산불’이 발생 7일째를 맞은 27일에도 여전히 확산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강원도까지 위협하고 있는 경북 의성 산불은 동해안을 따라 확산해 극히 저조한 진화율을 보이고 있다. 경남 산청 산불도 지리산국립공원에 진입한 후 바람을 타고 조금씩 정상으로 이동하고 있다. 현재 소량의 비가 내리고 있어 화기(火氣)를 다소 누그러뜨려 산불 장기화 전 마지막 진화 기회를 줄지 주목된다.
이날 산림 당국에 따르면 의성에서 난 산불이 안동·청송·영양·영덕 등 4개 시·군으로 번진 가운데 오전 9시 기준 평균 진화율은 44.3%에 그쳤다. 특히 산불이 북동진하면서 확산한 영덕군의 진화율은 10%, 영양군은 18%에 불과했다. 임상섭 산림청장은 “비의 양이 많지 않아 산불 진화에 주는 영향은 많지 않다”며 “산불이 장기화할 수 있는 상황까지 고려해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남 산청군 시천면 구곡산 자락에서 시작된 산청 산불은 26일부터 국립공원 1호인 지리산국립공원 안 내원리 계곡 쪽으로 번져 현재 30∼40㏊가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울산 울주군 산불은 대운산을 넘어 양산을 지나 부산 기장군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관계 당국이 총력 대응에 나섰다. 현재 불길은 양산 휴양림 인근까지 접근했다.
한편, 지난 22일부터 확산한 의성 산불로 영덕 8명, 영양 6명, 안동 4명, 청송 3명 등 21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또 산불 헬기 추락으로 조종사 1명이 숨졌다. 경남 산청 산불로 진화대원 4명이 숨져 영남 지역 산불로 총 26명이 목숨을 잃었다. 단일 산불로는 초유의 사태다. 역대 가장 큰 피해를 낸 2022년 3월 울진·삼척 산불 등 5대 산불에선 사망자가 없었다. 산불영향구역도 의성 등 경북 북동부 5개 시·군 3만3204㏊, 경남 산청·하동 1720㏊, 울산 울주·온양 886㏊ 등 총 3만5810㏊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