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상법, 경제에 악영향” 거부권

■ 복귀후 첫 재의요구권

“소송남발로 경영방해 우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상법개정안 모호성에 따른 기업 의사 결정 혼란 가능성, 기업 이사의 민·형사상 책임 확대로 인한 기업 및 국가 경쟁력 약화 등을 이유로 상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1일 전격 행사했다. 한 권한대행은 거부권 행사와 관련해 “법률안 기본 취지에 깊이 공감한다” “취지에 반대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등의 표현으로 고심 끝에 내린 불가피한 결정인 점을 강조했다. 한 권한대행은 오는 5일까지 이 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었는데, 야당이 한 권한대행을 탄핵소추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이날 국무회의에서 재의 요구안을 처리했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서 상법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며 “더욱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대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일방 처리한 상법개정안은 회사의 이사가 충실 의무를 다해야 하는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다. 민주당은 소액주주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이 법안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반면, 정부와 여당은 법안이 시행되면 소액주주들이 회사 이사진을 상대로 소송을 남발하는 등의 부작용이 클 것이라고 봤다.

한 권한대행도 법안의 기본 취지 자체에는 공감하지만, 법률안 시행에 따른 현실적 우려가 큰 것으로 판단했다. 한 권한대행은 “‘모든 주주의 이익을 공정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의미로 (법률안이) 이해되는데, 현실에서는 어떤 의사결정이 총주주 또는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하는 것인지 판단하기 어려워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혼란이 일어날 우려가 있다”며 ‘법률안의 모호성’을 짚었다. 그러면서 “이는 기업의 적극적 경영활동을 저해할 소지가 높다”며 “결국 국가 경제 전체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손기은 기자 s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