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떼일라’ 전세는 불안… 전국 월세비중 60% 넘어

■ 국토부 발표 ‘2월 주택통계’

지방 비아파트는 82%가 월세

토허구역 재지정 후 매물 쏠림
강남3구 줄고 강북구 등 소폭↑

전국 주택 임대차 거래에서 월세 비중이 사상 처음으로 60%를 넘어 전세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전세 사기 우려가 컸던 지방 비아파트 시장은 임대차 주택 10채 중 8채가 월세 거래됐을 정도로 월세화 속도가 가파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서울·수도권 아파트 시장은 지난달 24일부터 강남 3구와 용산구에 대한 전면적인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적용된 이후 토허 구역은 물론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고가’로 평가됐던 지역 위주로 매물이 급격히 줄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1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올해 1~2월 전국의 신규 전·월세 거래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61.4%로 처음으로 60%를 넘어섰다. 2021년 41.7%에서 4년 만에 약 20%포인트가 증가했다. 월세화 현상은 지방 다세대·다가구 등 비아파트에서 더 두드러졌다. 지방 비아파트의 임대차 계약 중 82.9%가 월세 거래로 나타났다. 지난 2년간 역전세에 따른 빌라 전세 기피 현상과 함께 지방 부동산 시장 침체가 월세화를 가속시켰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월세 수요가 높아지자 전세보증금을 월세로 바꿀 때 월세를 얼마나 받을지 계산하는 비율인 전·월세 전환율도 치솟고 있다. 수도권이 5.9%로 기준 금리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인 가운데 지방은 6.9%에 달했다.

서울·수도권 아파트 매매 시장에서는 서울시 강남 3구와 용산구 전체에 대한 토허 구역 지정 이후 매물 쏠림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 사이트에 따르면 4월 1일 현재 서울 송파구의 아파트 매매 물건은 열흘 새 17.7%, 서초구는 15.7%, 용산구는 10.5%, 강남구는 9.2% 각각 급감했다. 토허 구역이 아닌 서울·수도권 주거 선호 지역들에서도 매물이 감소 추세다. 경기 과천은 5.9%, 광진구는 2.2%, 마포구는 1.3% 매물이 줄었다.

반면 동대문·은평·강북 등 25개 서울 자치구 중 16개 구에서는 같은 기간 소폭(0~2%대)의 매물 증가세가 나타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토허 구역은 매물이 잠기면서 거래가 뜸하겠지만, 수요가 탄탄한 지역이므로 유의미한 시세 하락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반면 수도권 내에서도 지역별 차별화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규제 때문에 막힌 수요가 비선호 지역으로 향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