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가스전, 포기 이르다[뉴스와 시각]

박준희 경제부 차장

지난 2월 ‘경제성이 낮다’는 잠정 평가가 발표된 동해 심해 가스전 ‘대왕고래’ 유망구조의 1차공 시추 결과로 인해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프로젝트의 동력이 크게 약화됐다. 그러나 향후 전력수급 전망과 미국산 에너지 수입 확대 요구 등 한국을 둘러싼 에너지·통상 환경을 고려할 때 이는 오히려 ‘경제성이 높은’ 유망구조를 찾기 위해 더 활발하게 추진돼야 할 상황으로 보인다.

우선, 한국의 에너지 현실이 녹록지 않다. 지난 2월 확정된 정부의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국내 전기 수요는 연평균 1.8%씩 증가해 오는 2038년에는 목표 수요가 129.3GW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해 여름철 최대 전력 수요가 100GW에 달한 것에 비해 30% 정도 전력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본 것이다.

이 같은 전력 수요를 맞추기 위해 정부는 주요 전력원별 발전 비중, 즉 ‘에너지 믹스’ 계획도 구성했다. 친환경 에너지 확대 기조에 따라 원자력발전과 재생에너지를 양축으로 한 각종 무탄소발전 비중은 지난 2023년 39.1%에서 오는 2030년 53.0%를 거쳐 2038년에는 70.7%까지 늘어나게 설계됐다. 그리고 2038년 에너지 믹스의 나머지 29.3%는 여전히 탄소발전이며 이 가운데 10.6%는 LNG 발전이다. 2038년 탄소발전 가운데 LNG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신재생·무탄소 에너지의 보편화에도 LNG는 탄소발전 가운데 앞으로도 오랜 기간 유지될 발전원이란 의미다. 그러나 국내 LNG 소비량은 전량 수입에 의존 중이다.

게다가 이런 상황에서 중동 지역에 치중돼 있던 한국의 LNG 수입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부터는 ‘미국산 LNG 수입을 확대하라’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참여하라’ 등 각종 압박까지 받고 있다. 물론 정부 에너지 당국은 ‘에너지 수입국 다변화’라는 국가 안보적 측면에서 미국산 LNG 수입 확대가 일부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중요 안보·교역 파트너이자 강대국인 미국 같은 나라의 LNG 수입 요구에 따라 협상 테이블에 앉았을 때 자국 내에 경제성 있는 가스전을 확보하고 있을 경우 그 협상력의 차이를 비교할 수 없다. 자국 내에서도 천연가스 생산이 가능하다면 수입을 할 때 하더라도 더 낮은 단가, 좋은 조건으로 수입 계약을 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국내 경제 측면에서도 경제성 있는 가스전의 가치는 상당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지역개발정책위원회 분과부의장을 맡고 있는 오성익 국토교통부 중앙토지수용위원회 사무국장은 최근의 저서 ‘처음 공부하는 석유·가스산업’에서 한국이 동해에서 천연가스를 개발할 경우 바로 육상의 가스파이프라인 배관망을 통해 내수용으로 공급하는 이점이 크다는 외국의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LNG로 액화하는 과정의 에너지와 비용을 생략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배출될 수 있는 이산화탄소 역시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가스전 개발에 따른 에너지·정유·조선플랜트·강관 분야 국내 기업들의 수혜도 기대할 수 있다. 야당이 정부 예산을 삭감하고, 반대 여론이 비등해도 에너지 당국이 동해 심해 가스전 프로젝트를 묵묵히 추진하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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