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만졌는데…” 동상 가슴 만지는 관광객에 칼 빼든 도시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아일랜드 더블린에 세워진 몰리 말론 동상. SNS 캡처

시민들 "부적절하다" "성희롱" 등 불만


아일랜드 더블린 시의회가 여성 동상에 관광객들의 접근을 막는 조치를 실시한다. 해당 동상은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속설이 있어 관광객들이 가슴 부분을 자주 만진 탓에 표면이 벗겨진 상태다. 현지인들 사이에서는 동상의 가슴을 만지는 행위에 대해 "부적절하다" "성희롱" 등의 불만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3일(현지시간) 영국 BBC 등에 따르면 더블린 시의회는 다음 달 한시적으로 더블린에 있는 ‘몰리 말론’ 동상 옆에 직원들을 배치해 관광객들이 동상을 만지지 못하도록 막기로 했다. 또 관광객들의 손길이 지속적으로 닿은 탓에 변색된 표면을 다시 복원키로 했다.

더블린 시내의 세인트 앤드루스 스트리트에 있는 몰리 말론 동상은 수레를 끌며 생선을 파는 소녀 몰리 말론을 형상화한 것이다. 가상의 인물이지만 영국의 식민통치를 받던 시절 아일랜드 노동 계급의 비극적인 삶을 상징하며 더블린의 관광 명소로 자리 잡았다. 가난한 삶을 살다 열병에 걸려 숨진 몰리 말론의 사연을 담은 전통 민요 ‘몰리 말론’도 잘 알려져 있다.

특히 1988년 세워진 동상은 ‘가슴을 만지면 행운이 온다’는 속설이 퍼지면서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았다. 관광객들은 동상의 가슴에 손을 댄 채 ‘인증샷’을 찍었고, 여행 가이드가 단체 관광객들을 이끌고 와 가슴을 만지도록 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관광객들이 지속적으로 동상을 만진 탓에 동상의 가슴 부분이 변색됨은 물론, 이 같은 행동이 동상을 모욕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더블린에서 버스킹 공연을 하는 틸리 크립웰은 ‘몰리 말론 지키기’ 운동을 전개하며 "관광객들이 동상의 가슴을 만지는 것은 역겨운 행동이자 어린 세대에게 나쁜 본보기"라고 주장했다.

임정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