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보다 더 세게 맞았다”… 정부 ‘대미 설득전’ 역부족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긴급 경제안보 TF　 한덕수(왼쪽 두 번째)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최상목(오른쪽 세 번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미국의 상호관세에 대응하기 위한 ‘긴급 경제안보전략 태스크포스(TF)’ 회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韓, 리더십 공백 리스크 부각

GDP 10%해당 대미수출 타격
수출 경합국 日보다 높아 ‘비상’

“韓 대미관세 50%, 너무 자의적
당국 설득작업 영향력 제로수준”
세율격차 좁히기 후속협상 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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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현지시간) 미국의 상호관세율이 발표되면서 통상 당국과 수출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비록 ‘최악’은 아니지만 수출 경쟁 관계에 있는 유럽연합(EU), 일본 등에 비해 다소 높은 상호관세율이 책정됐기 때문이다. 대통령 직무정지 등 협상 컨트롤타워 부재 속 미국 당국 설득에 공을 들여왔으나 결과적으로 실패한 셈이다. 향후 통상 당국은 관세율 차이를 없애기 위해 미국 측과 후속 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3일 통상 당국 및 수출입 업계에 따르면 당초 미국의 상호관세율 발표에 앞서 한국은 EU나 일본 등에 비해 불리한 관세율이 부과되는 것을 막기 위해 미 당국을 설득해 왔다. 비상계엄 및 탄핵 사태로 윤석열 대통령이 직무정지를 당하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까지 탄핵 재판을 받는 등 총체적인 대미 협상 컨트롤타워 부재 상태였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상호관세율 부과 결과를 맞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영국 10%, EU 20%, 일본 24% 등의 상호관세율을 발표하며 한국에 대해서는 25% 관세율을 부과한 것이다. 중국(34%)보다는 낮지만 미국이 이번 ‘관세전쟁’의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EU, 주요 대미 수출 품목에 있어 한국과 경합 관계인 일본에 비해 높은 관세율이 적용됐다는 점에서 대미 협상력이 부족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당장은 미국이 한국에 대해 이 같은 관세율을 부과한 것이 자의적 조치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제조기업들의 마진율이 5∼6%, 최대 10%가 채 안 되기 때문에 25%의 관세가 실제로 부과된다면 국내총생산(GDP)의 10%에 해당하는 미국 수출이 엄청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한국에 대해 ‘환율 조작 및 무역 장벽을 포함한 미국에 대한 관세’로 50%를 부과하는 것으로 계산하는데 구체적인 근거가 무엇인지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도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50%라는 계산 근거는 정말 자의적”이라며 “지금 나온 결과만 놓고 보면 그간 당국의 설득이 결국 미국 입장을 변화시키는 데 거의 영향을 못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따라서 미국 측을 재차 설득하는 통상 당국의 후속 협상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이날 미국의 관세 조치에 관한 민관 합동 대책회의를 열고 “통상교섭본부장 방미를 포함해 각급의 긴밀한 대미 협의를 지속해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통상 당국으로서는 우선 미국이 상호관세율 부과 근거 중 하나로 제시한 한국의 관세율에 대해 재차 미국을 설득하는 협의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미국산 에너지 등 수입 확대와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참여 여부를 비롯해 한국 제조업계의 대미 투자 확대, 한·미 조선 협력 등을 협상 카드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박준희·전세원·구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