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흑자액, 수출액으로 나눠 책정”… 美 FTA 20국 중 ‘최고’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美 관세 충격 미국이 한국산 수입품에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한다고 공식 발표한 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와 함께 관련 뉴스가 방송되고 있다. 윤성호 기자

■ 韓관세 25% ‘트럼프식 계산법’… 이언 브레머 유라시아그룹 회장 분석

작년 대미 수출액 1330억달러
흑자 660억달러 나누면 49.6%
절반인 25% 상호관세로 부과

韓, 멕시코·加와 동일수준관세
EU·日보다 높아 경쟁력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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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민병기 특파원 mingming@munhw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미국 해방의 날’이라며 상호 관세를 부과했는데,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고 있는 한국에 대해 유럽연합(EU)이나 일본보다 더 높은 25%의 관세율을 부과했다. 한국 경제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25%로 결정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트럼프 행정부는 상호관세율 산출 근거로 한국이 미국을 상대로 50%의 관세를 부과했다는 점을 들었는데, 이와 관련한 세부 근거나 설명은 없었다. 이언 브레머 유라시아그룹 회장 등은 단순히 대미 무역 흑자액을 대미 상품 수출액으로 나눈 게 트럼프 행정부가 주장하는 대미관세율이라고 분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 부과한 25% 관세율은 미국과 FTA를 체결한 20개국 중 가장 높은 수치다. 호주, 칠레 등은 기본관세율 10%만 적용받았고 이스라엘(17%), 니카라과(18%), 요르단(20%)은 기본관세율보단 높지만 한국보다는 낮았다. 이미 25%의 고율 관세가 부과된 멕시코와 캐나다 정도만 한국과 동일한 세율이었다. 트럼프 행정부 들어 건건이 부딪히고 있는 EU(20%)나 한국과 대미 흑자액이 비슷한 일본(24%)보다 한국의 수치가 더 높아 향후 대미 수출경쟁력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 서명에 앞서 상호관세 부과 관련 설명을 하며 각국의 대미 관세율이 적시된 도표를 제시했다. 이 도표에는 관세율 책정에 환율 조작과 무역장벽을 포함해 고려했다고 적시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비관세 장벽이 50% 세율 산출에 고려됐는지는 명확히 설명하지 않았다. 미국 정부 고위당국자는 이날 상호관세 브리핑에서 한국의 최혜국대우(MFN) 관세율이 미국보다 월등하게 높다는 잘못된 발언만을 재차 인용했고, 관세보다도 비관세 장벽이 더 문제라고 지목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의 MFN 세율은 3.5%다. 인도는 15%, 한국은 13%, 베트남은 거의 10%”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은 미국과 FTA를 맺고 있어 MFN 세율은 의미가 없다. 이 관계자는 “더 큰 문제는 이 모든 비관세 장벽”이라며 “그들은 소고기, 돼지고기, 가금류 같은 우리의 많은 농산물을 전면 금지한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말 발간된 미국무역대표부(USTR)의 보고서에서 30개월 이상인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수입 금지, 디지털 무역 장벽 등을 한국의 주요한 비관세 장벽으로 거론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브레머 회장은 단순히 대미 무역 흑자액을 대미 상품 수출액으로 나눈 게 트럼프 행정부가 주장하는 대미관세율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미국의 2024년 무역 자료를 보면 한국의 지난해 대미 수출액은 1330억 달러, 대미 무역 흑자는 660억 달러로 대미 무역 흑자액을 대미 수출액으로 나누면 미국이 한국의 대미 관세율로 지적한 50%에 근접한 49.6%가 나온다. 미국은 대미 관세율의 절반을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율로 부과했다. 실제로 이를 반영하면 중국도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대미 관세율인 67%, EU는 38%, 베트남은 90%, 대만은 64%, 일본은 46% 등으로 비슷하게 나온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율로 환율 장벽과 무역장벽을 이야기했지만 결정적 변수는 대미 무역수지 흑자 규모였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