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을호비상’ 돌입… 광화문광장부터 ‘충돌 완충구역’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소요사태 막아라”… 숨죽인 경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하루 앞둔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정문에 폴리스라인이 설치된 가운데 경찰 현장 지휘 차량이 들어가고 있다. 문호남 기자

■ 헌재 주변‘진공’ 긴장 최고조

선고 당일 전국 갑호비상 발령
朴 탄핵 때보다 경비태세 상향
시위대 모두 차단선 밖 밀려나

美·中 대사관에는 기동대 추가
폭력선동 유튜버들 모니터링도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까지 단 하루만을 남겨둔 3일 서울 경찰이 비상근무 단계 중 두 번째로 높은 ‘을호비상’ 체제에 돌입했다. 헌법재판소 주변도 150m 이내는 물 샐 틈 없이 차단선으로 감싸 사실상의 진공상태로 만들었다. 그럼에도 4일 선고가 나오면 여의도 국회와 한남동 대통령 관저, 명동 주한중국대사관 등 서울 도심 어디서든 예기치 않은 소요사태가 발생할 수 있어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이날 경찰은 오전 9시부터 서울에 을호비상을, 지방엔 ‘병호비상’을 각각 발령했다고 밝혔다. 대규모 집단사태나 테러·재난 등이 발생해 치안 질서가 혼란해졌거나 징후가 예견될 때 발령되는 을호비상은 가용 경찰력 50% 이내의 동원이 가능한 상태다. 경찰관의 연차 휴가 사용이 중지되고, 지휘관과 참모는 지휘선상에 위치한다. 병호비상에서도 가용 경찰력 30% 이내를 동원할 수 있다. 선고 당일인 4일엔 최고 수준의 비상근무 단계인 갑호비상이 전국 경찰관서에 발령된다. 서울에만 갑호비상을 내렸던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당시보다 경비 태세를 한층 상향한 것이다.

서울 치안 총책임자인 박현수 서울경찰청장 직무대리는 이날 오전 헌재 정문 앞을 찾아 진공상태가 된 주변 경비 상황을 점검했다. 박 직무대리는 “가능한 경찰의 모든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해 국민의 안전을 지켜나가겠다”며 “폭력·손괴 등 묵과할 수 없는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으로 현장에서 신속 검거하는 등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헌재 앞을 지키던 농성 시위자는 이날까지 모두 철수했거나 차단선 밖으로 밀려난 상태였다. 텅 빈 헌재 주변 외에도 광화문광장에서 인사동 거리까지엔 탄핵 찬반 집회 간 충돌을 막기 위해 거대한 완충 구역이 만들어졌다. 경찰은 헌재를 중심으로 종로구·중구 등 서울 주요 도심권을 ‘특별범죄예방강화구역’으로 지정했다. 폭력을 선동할 수 있는 유튜버를 요주의 대상으로 삼아 모니터링도 진행하고 있다.

선고 직후 찬반 시위대가 겨냥할 수 있는 표적으로는 여의도 국회와 여야 당사, 삼각지 대통령실과 한남동 대통령 관저, 주요국 대사관 등이 거론된다. 탄핵소추안이 기각·각하될 경우 격앙된 찬성 세력이 관저로 몰려들 수 있는 반면, 인용 시엔 ‘중국 내정간섭’을 주장하는 탄핵 반대 세력이 국회뿐 아니라 중국대사관까지 노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탄핵 찬성 진영의 촛불행동은 기각·각하 시 대통령 관저 앞에서 범국민 항쟁에 돌입한다는 지침을 내렸다. 반대로 보수 시민들 사이에선 ‘인용 시 국회나 중국대사관을 포위하라’는 문서가 공유되고 있다. 이날 관저 앞엔 소수의 시위자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지만, 경찰은 경비 인원을 늘리고 주변 육교의 안전을 점검하는 등 선고일 벌어질 수 있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중국대사관과 광화문 주한미국대사관 등에도 기동대 경찰이 추가 배치됐다.

경찰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온라인에선 화염병 제조법을 공유하는 등 위험 사태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일부 탄핵 찬성 네티즌이 SNS에 “소주꽃병 DIY 황금 레시피를 공유한다”는 등 화염병 제조 요령을 알리자 반대 측 네티즌들은 일제히 신고에 나섰다.

조재연·노지운·노수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