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맥 집어삼키는 작은 불씨… 65%가 ‘실화·소각’탓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최초 발화 추정지점 합동감식 지난달 31일 경북 대형 산불 최초 발화 추정 지점인 의성군 괴산리 야산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 경찰 등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최악 산불에 대비하라 - 3 안전불감증 개선 시급

10년간 산불 최대 원인은 ‘실화’
영남 피해도 묘지정리하다 불 나

논·밭 태우기 ‘미필적고의’인 셈
파쇄기 무상 대여에도 근절 안돼
농가 특화 교육해 경각심 키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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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역대 최악의 피해를 남긴 영남권 대형 산불이 사소한 부주의에서 비롯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안전불감증에 대한 국민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은 안평면 괴산리 야산에서 한 성묘객이 묘지를 정리하다 불을 냈다. 경남 산청군에서 발생한 산불도 시천면의 한 농장주가 잡초를 제거하기 위해 예초기를 사용하다 불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울주 산불은 용접 작업을 하던 농막에서 불이 시작됐다.

3일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 10년간(2015∼2024년) 전국에서 발생한 산불 중 ‘입산자 실화’로 인해 산불로 이어진 사례는 모두 1713건(31%)에 달해 가장 많았다. ‘쓰레기 소각’이 675건(13%), ‘논·밭두렁 소각’은 603건(11%), ‘담뱃불 실화’가 348건(7%) 등이었다. 사실상 대다수 산불이 사람의 부주의에 의해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쓰레기 소각이나 논·밭두렁 소각은 산림 당국에서 주의 깊게 관찰하는 항목이다. 볏짚, 콩대, 깻대 등 영농 부산물과 논·밭두렁 등을 태우는 행위는 최근 들어 각 지방자치단체가 하루에도 몇 차례씩 안내문자를 주민들에게 보내 자제를 당부하고 있다.

지자체들은 이로 인한 산불을 막기 위해 농기계 임대사업을 통해 농촌 단위로 영농 부산물 파쇄기를 무상으로 대여하고, 이에 대한 단속 역시 강화하고 있지만 농가의 은밀한 불태우기는 근절되지 않는 상황이다. 실제 의성·산청 산불의 주불을 진화하고 잔불 정리가 이뤄지고 있던 지난달 31일에도 낮 2시간 동안 전남 해남군과 경기 안성·파주시, 대구, 충남 당진시 등 전국 5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실화로 추정되는 산불이 나기도 했다.

이 중 해남군에서 발생한 산불의 경우 인근에서 70대 주민이 쓰레기 더미를 태우다 번진 것으로 조사됐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영남권 대형 산불 사태를 보고도 아직도 논두렁에서 쓰레기나 영농 폐기물을 태우는 사례가 계속 적발된다”며 “예고치 않은 강한 바람이 수시로 부는 요즘엔 더욱 위험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25일 경북 안동 산불에선 태풍급 수준인 최대 풍속 27㎧의 돌풍이 불었다. 이날 산불은 12시간 만에 51㎞를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농가에서 불을 태우는 문화는 사실상 산불을 자초하는 ‘미필적 고의’인 셈이다. 이에 따라 산불에 대한 경각심을 키우기 위한 예방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전문가의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권춘근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사는 “산불에 대한 인식 변화를 가져오는 게 가장 중요한데 여전히 산불이라고 하면 남 일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의무교육 과정에서 재난에 대한 교육은 있어도 산불에 특화된 교육은 전혀 없는 상황으로, 생애주기별 교육에서 산불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채희문 강원대 산림환경과학부 교수도 “산림이 공공재라는 인식을 키우는 강의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라며 “농촌의 노인들에게도 영농 부산물 소각의 불법성과 적법한 처리 방법에 대해 효과적이고 구체적으로 이해하기 쉽게 전달할 수 있는 교육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성훈 기자 psh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