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파면 소식에… “정의로운 결정” 환호 “민주주의 붕괴” 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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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탄·반탄 시위대 엇갈린 희비

찬탄진영 “尹, 국민신뢰 저버려
책임 묻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

반탄진영 “기각·각하 믿었는데
韓사회 정상화 기대감 무너졌다”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4일 오전 헌법재판소 앞과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결과를 기다리던 찬성·반대 시위대의 희비가 일순간 엇갈렸다. 문형배 헌재 소장 권한대행이 판결문을 읽어나갈 때 주요 대목마다 함성과 함께 박수를 치던 탄핵 찬성 집회 참가자들은 ‘파면한다’는 주문이 선고되는 순간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감격한 일부 시민은 그 자리에 그대로 주저앉아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꼈다. 반대로 기각·각하 결정을 확신하던 반대 집회 참가자들은 순식간에 충격에 빠진 듯 얼어붙었다. 곧 분노와 울분에 찬 고함 소리가 집회장을 가득 메웠다. 시위대 일부는 경찰의 차단벽을 발로 차거나 강제 진입을 시도하기도 했다.

선고를 앞둔 이날 아침 헌재 주변은 경찰이 차벽과 차단벽으로 겹겹이 둘러 ‘진공상태’ 수준의 경비를 유지했지만, 인근 안국역 근처에 탄핵 찬반 시위대가 모여들어 새벽부터 긴장감이 흘렀다. 지난 3일부터 철야농성을 이어왔던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집회 참가자들은 송현동 열린송현 녹지광장 앞에서 자리를 지키며 선고 중계를 지켜봤다. 새벽 추위에도 자리에서 그대로 꼬박 밤을 새운 채 돗자리에 앉아 은박지 담요를 두르고 있는 모습이었다. 경찰은 이날 오전 6시 기준으로 헌재·광화문·종로 일대에 기동대 110여 개 부대 7000여 명을 투입했다. 관저가 있는 한남동에는 30여 개 부대 2000여 명, 여의도에는 20여 개 부대 1200여 명이 각각 배치됐다.

직장인 성유영(34) 씨는 “회사에서 눈치도 보였지만, 사필귀정의 끝을 보기 위해 연차를 쓰고 나왔다”며 “헌재가 국민의 뜻을 제대로 반영해 정의로운 결정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오늘 장사도 접고 새벽부터 나왔다”는 자영업자 이상희(58) 씨도 “윤석열이 국민의 신뢰를 저버렸는데 이런 상황에서 책임을 묻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이 지역에서 농성을 벌이던 탄핵 반대 시위대는 상당수가 대통령 관저 인근으로 일찌감치 넘어간 상태였다. 세력 싸움에 밀리지 않기 위해 나왔다는 직장인 이모(32) 씨는 “기각이나 각하가 나올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며 “지금 한국 사회는 자유민주주의가 완전히 붕괴됐다”고 탄식했다.

관저 앞에선 한층 팽팽한 탄핵 찬·반 세 대결이 펼쳐졌다.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대국본)는 전날 광화문광장 철야집회 후 이날 오전 한남동으로 자리를 옮겼다. 단상에서 사회자는 “직무 복귀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대통령의 차량 행렬이 나오는 순간 환영 인사를 하자”며 참가자들에게 희망을 불어넣었다. 기대와 달리 재판관 전원일치 인용이 선고되자 대국본 측은 “인정할 수 없다”며 “본격적으로 국민저항권 발동에 나서겠다”고 주장했다. 반면 탄핵 찬성 측 촛불행동이 한남동 일신빌딩 앞에서 연 파면 선고 생중계 집회는 축제 분위기로 물들었다. 이경숙(65) 씨는 “4개월 동안 매일같이 국회와 헌재를 찾아 윤석열 탄핵을 주장해 왔다”며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관저 주변에 인파가 몰리면서 서울교통공사는 오전 9시부터 한강진역 역사를 임시 폐쇄했다. 용산구도 시민들에게 한남대로 인근 이동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조재연·김린아·노지운·이재희·노수빈·조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