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잠룡들 “딛고 서야”… 야권 주자들 “새 대한민국 열어야”

與野주자들 조기대선 본격시동
대선출마 시점 · 경선전략 고심

4일 윤석열 대통령이 파면된 데 따라 조기 대통령 선거 국면을 맞은 여권 잠룡들은 우선 안타까운 심경을 표했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윤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큰 만큼, 탄핵심판 결론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를 비판하며 여권 결집으로 당내 경선을 준비하는 쪽도 있다. 야권 주자들은 헌재 결정을 환영하며 조기 대선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측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고통스럽고 아프지만, 이것을 딛고 자유민주주의 수호의 길을 가겠다는 것이 한 전 대표의 입장”이라고 전했다. 대선 출마 선언의 시점 등 구체적 언급은 탄핵심판으로 어수선한 당 지지층을 다독인 다음 단계라는 의미다. 탄핵에 찬성했던 한 전 대표로서는 당원 투표에서 가능한 한 최대 득표치를 얻기 위한 경선 전략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대선 주자들도 조심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탄핵소추안 기각·각하를 주장해 온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직분에 충실하면서 업무에 공백이 없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권의 주요 주자 중 1위로 나타난 김 장관이 대선 출마를 결심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나온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 시내 집회와 시위 등 안전 대책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탄핵심판 ‘승복’을 강조한 오 시장은 사회 갈등 완화가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기각을 예측한 홍준표 대구시장은 헌재가 법리가 아닌 정치적 결정을 내렸다는 입장이다. 유승민 전 의원은 “보수가 새롭게 거듭나지 못하면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없다”고 밝혔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3일)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조기 대선이 열린다면 안철수만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이길 수 있다”며 일찌감치 대선 출마를 시사했다. 야권이 이 대표가 독주하는 1강 체제로 굳어진 데 대해 중도 확장성으로 맞서겠다는 것이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탄핵심판이 졸속으로 진행된 점, 탄핵소추를 밀어붙인 민주당 등 야권을 지적하며 선명성을 부각하는 모습이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의 출마는 대선 지형의 주요 변수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긴급 최고위원회에 대선 후보 자격으로 참석한 이 의원은 비상계엄을 감싼 국민의힘에 대한 비판을 분명히 해두면서 선거전 준비에 들어갔다.

야권의 대선 후보군은 대선 시작을 알리는 입장을 일제히 내놓았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입장문을 통해 “내란수괴는 파면했지만 갈 길이 멀다”며 “새로운 대한민국을 열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절박하게 그리고 겸손하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박용진 전 민주당 의원은 “마침내, 정의가 실현됐다”며 “곧 있을 조기 대선 과정은 분열의 상처를 아물게 할 통합의 장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박 전 의원은 “모두가 이 결론을 받아들이고 통합과 미래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종민 기자 rashom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