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환골탈태하고, 野 자기반성 필요… 국민통합 함께 나서야”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선고 지켜보는 시민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가 이뤄진 4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대합실 내 TV 앞에 모여 윤 대통령의 탄핵 선고 방송을 보고 있다. 윤성호 기자

■ 정치원로·전문가 제언

尹 ‘겸허히 수용’ 메시지 밝혀야
극렬 지지층 분노도 달랠 수있어

민주, 현 시국서도 반사이익 못봐
국민신뢰 얻지 못한 점 반성해야

국힘, 탄핵의 강 건너는 것 급선무
TK·7080 한정된 지지층 넓혀야

내각제·중임제 등 개헌논의 필요
60일대선 동안 합의 어려울수도

헌법재판소가 4일 윤석열 대통령을 파면하면서 한국 사회는 둘로 쪼개진 광장의 분열을 치유해야 할 과제를 떠안았다. 약 두 달 뒤 치러지는 조기 대통령 선거를 통해 통합을 이루고, 12·3 비상계엄 사태가 촉발한 대혼란을 대한민국이 한 단계 성장하는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문화일보는 전직 국무총리와 국회의장 등 정치권 원로와 전문가들에게 ‘탄핵 정국’의 수습 방안과 차기 정부의 최우선 과제를 물었다. 이들은 갈등을 종식하는 첫걸음이 윤 전 대통령과 여권 지도자의 ‘승복’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또 차기 정부가 상대 진영도 품어 안는 통합에 매진하고, 기업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위기에 놓인 한국 경제에 새 엔진을 달아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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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승복이 통합 출발점”= 20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을 지낸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윤 전 대통령이 헌재 결정을 겸허히 수용한다는 메시지를 내지 않으면 역사에 두 번 죄를 짓는 것”이라며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극렬 지지층의 분노도 달랠 수 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인 문희상 전 국회의장은 “국민은 얼마든지 헌재 결정에 대해 찬·반 의견을 낼 수 있다. 이 또한 민주주의”라며 “정치권은 양쪽으로 갈라진 여론이 물리적 충돌로 비화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윤 전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 모두에게 부여된 책무”라고 강조했다.

재정경제부 장관과 교육부총리 등을 지낸 김진표 전 국회의장은 일부 종교계 인사가 국론 분열을 조장하는 행태를 지적했다. 그는 “평화와 화합을 지향하는 종교인들이 진영 갈등을 부추기며 선동하는 사회는 희망이 없다”고 했다.

◇“민주당도 ‘탄핵 정국’ 책임”= 민주당 출신 인사들은 ‘친정’을 향한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이들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줄탄핵과 입법 폭주를 감행한 민주당에도 12·3 비상계엄 사태의 책임이 있다고 했다. 정세균 전 총리는 “야당의 폭주 때문에 불가피하게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윤 전 대통령의 논리는 일고의 가치가 없다”면서도 “민주당이 압도적인 제1야당으로서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저렇게 ‘일탈’을 해 국민으로부터 최악의 평가를 받았음에도 민주당이 왜 반사이익을 충분히 얻지 못했는지 반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희상 전 의장도 “윤 전 대통령 탄핵은 민주당의 성과가 아니다”라며 “민주당은 다수당으로서 ‘탄핵 정국’을 초래한 책임을 느껴야 한다”고 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민주당이 일방적 정치에 대한 자기반성을 해야 대선 국면에서 중도층을 안심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극우화 탈피 급선무”= 정치권 원로와 전문가들은 국민의힘은 우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통해 극우 정당에서 탈피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진중권 교수는 “국민의힘은 100석 이상을 보유한 거대 정당이면서도 ‘유튜브 정치’에 빠지면서 어려운 여건을 자초했다”며 “탄핵의 강을 건너는 것이 급선무”라고 했다. 문희상 전 의장은 “노태우·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윤 전 대통령처럼 ‘여소야대’ 상황에서 국정을 운영했지만 의회를 존중하며 협치(協治)를 꾀했다”며 “국민의힘은 정부와 국회의 ‘연결고리’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것을 반성하는 자세로 대선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야권에 유리한 선거 환경에서 국민의힘이 대등한 승부를 펼치려면 환골탈태에 가까운 혁신에 성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진중권 교수는 “지역적으로는 대구·경북(TK)을, 세대로는 70·80세대에 한정된 지지층을 넓히는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0·30세대를 겨냥한 정책 개발을 통해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 정당’으로 거듭나야 극적인 정권 재창출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윤석열 정부의 외교 성과는 계승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임성호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민의힘이 보수 정당으로서 한·미·일 협력을 통해 ‘외교·안보 리스크’를 확실히 관리할 수 있다는 안정감을 유권자에게 각인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차기 정부, 국민 통합·경제 살리기 과제”= 차기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는 ‘국민 통합’이 꼽혔다. 정세균 전 총리는 “이 대표는 성찰의 토대 위에서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국민까지 품어 안아야 한다”며 “이 대표가 대통령이 된다면 무엇보다 ‘국민 통합’이 이뤄지도록 전력을 다해야 한다. 지지층만을 의식한 ‘정치 보복’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고 충고했다.

한국정치학회장을 지낸 양승함 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민 통합을 정치적 용어로 표현하면 ‘관용’”이라고 규정하며 “정치 지도자가 상대 진영에 대한 관용을 통해 둘로 나뉜 국민을 통합해야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사실상의 헌정 중단 사태를 극복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한국 경제를 저성장의 늪에서 구해내는 것 역시 한시가 급한 과제로 지목된다. 정세균 전 총리는 “누가 대통령이 되든 2025년은 대한민국 경제의 성장과 추락을 좌우할 중대 기로”라며 “인공지능(AI)을 비롯한 미래형 산업에서 다소 뒤처진 경쟁력을 따라잡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보수 정부든 진보 정부든 기업들이 마음 놓고 활동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대권 서울대 명예교수는 “대한민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룩한 거의 유일한 나라”라며 “극단적인 정치 대립으로 상처를 입은 국민이 자부심을 회복할 수 있도록 정치권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헌 논의 시작해야” vs “여야 공감대 쉽지 않을 것”= 전문가들은 개헌의 필요성과 관련해서는 상반된 생각을 드러냈다. 문희상 전 의장은 “1987년 이후 8명의 대통령이 예외 없이 불행한 말로를 맞은 근본적 원인은 제도”라며 “제왕적 대통령제를 타파해 한 사람에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내각제가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국회에 대한 신뢰가 높지 않은 국민이 ‘국회의원은 뭘 잘했나’라고 반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내각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책임총리제’를 대안으로 검토할 만하다”며 “국회에 국무총리 추천권을 부여하고, 국무총리가 여야가 모두 동의하는 중립적 인사로 ‘거국 내각’을 구성한다면 사사건건 대립하는 고질적 병폐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승함 전 교수는 “5년 단임제는 대통령 임기가 끝난 뒤 ‘대통령의 책임’을 물을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민주주의 원리에 위배된다”며 “4년 중임제 개헌을 통해 국민이 성과를 낸 대통령에게는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선택의 여지’를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4년의 간격을 두고 대선과 총선을 함께 치른다면 ‘입법 권력’의 횡포도 상당 부분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했다.

60일 이내에 ‘속성’으로 진행되는 조기 대선에서 각 진영의 이해관계를 조율해야 하는 ‘고차 방정식’인 개헌에 합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론도 제기된다. 임성호 교수는 “탄핵 정국에서 ‘내전’에 준하는 싸움을 한 여야가 합의된 개헌안을 내놓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예상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개헌은 수세에 몰린 정치 세력이 판을 뒤집기 위해 꺼내는 카드였다”며 “사실상 야권이 칼자루를 쥔 상황에서 여당이 개헌안을 제안해도 가장 유력한 주자인 이 대표가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최대권 명예교수는 개헌 자체를 반대한다고 했다. 그는 “1948년 헌법 제정 이후 9차례나 헌법을 개정했다. 이 정도면 다양한 시도를 충분히 해봤다”며 “완전무결한 정치 체제는 없다. 장점은 살리고 단점을 보완하는 것은 제도를 운영하는 인간의 역량과 의지에 달렸다”고 단언했다.

나윤석·민정혜·서종민·김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