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생물학 교차점에서 거대 자연의 실체를 보다[북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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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과 생명
류이치 사카모토·후쿠오카 신이치 지음│황국영 옮김│은행나무

책은 골든글로브상과 그래미 어워즈를 수상하고 아시아 최초로 아카데미 음악상까지 수상한 세계적인 음악가 류이치 사카모토와 일본의 저명한 분자생물학자인 후쿠오카 신이치 아오야마가쿠인대 교수가 나눈 대담으로 구성됐다. 음악이라는 예술과 생물학이라는 과학. 언뜻 교차 지점이 없다고 넘겨짚기 쉽지만 각 분야에서 정점에 오른 두 저자는 음악과 생물학이 궁극적으로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고 말한다.

사카모토와 후쿠오카가 주목하는 음악과 생물학의 공통점은 결국 자연이라는 거대한 실체를 표현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사카모토는 모든 음계를 쪼개 각 음표를 디지털화시킨 후 반복하는 전자음악으로 각광받았다. YMO로 활동하던 시절 발표한 사카모토의 대표작들이 이에 해당한다. 공교롭게도 후쿠오카 또한 세포를 잘게 쪼개 유전자를 분석하면 생명체 작동의 인과관계를 밝힐 수 있다는 ‘기계론적 생물학’의 전통을 이어받았고, 췌장암 발병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인 GP2를 세계 최초로 발견해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은 자연을 세분화해 단서를 찾아낸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자연을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자연의 소리는 똑같이 반복되지 않으며 순간마다 예측할 수 없는 불협화음이 발생한다. 생명체 또한 어떤 역할을 담당하는 유전자가 사라지면 문제가 생길 것 같지만 실제로 생명체는 이내 공백을 메우고 문제없이 살아가는 경우도 많다. 창작과 연구를 계속하던 저자들은 결국 인간의 뇌로 세상을 인지하는 것은 마치 별자리를 읽는 일과 같다는 깨달음에 닿는다. 실제로는 수천 광년 이상 떨어져 있는 별들에 인간의 기준을 적용했다는 뜻이다.

이처럼 인간의 로고스(언어)로 피시스(자연)를 완전히 재현할 수는 없지만 저자들은 피시스에 최대한 가깝게 다가갈 로고스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해상도 높은 표현의 추구’를 부디 포기하지 말자고 독려한다. 그들이 해상도 높은 표현을 추구하며 집중한 요소는 ‘일회성’이다. 모든 생명체의 수명은 단 한 번뿐이고 자연의 소리도 단 한 번 발생한다. 사카모토는 조율되지 않은 피아노 현을 금속 재질로 문질러 발생하는 소리 등을 그대로 녹음한 앨범 ‘async’를 제작하고, 후쿠오카는 물질과 에너지가 끊임없이 변화해야 항상성이 유지된다는 ‘동적평형’ 개념을 이론화한다. 그들은 자연에 더욱 다가가려는 인간의 행위가 인간을 자연의 관찰자에서 ‘자연의 일부’로 돌아가게 한다는 깊은 통찰을 전한다. 212쪽, 1만8000원.

장상민 기자 joseph0321@munhwa.com